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SSD)가 26일 개막한 가운데 각국에서 온 7만여명의 반(反)세계화.환경보호 운동가들이 대규모 시위를 전개할 것으로 예상돼 남아공 치안 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남아공 당국은 지구정상회의에서의 각종 시위에 대비, 사실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요하네스버그 샌드톤 지역 등 행사장 주변에 8천여명의 경찰을 배치하는 등 강력한 단속 의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보안 당국은 회의 마지막 2-3일간 일정에 참석할 예정인 104명의 정상급 국가대표들의 차량 퍼레이드 행사에서는 무인 비행기를 띄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로 했다. 개막 이틀전인 24일 군용 헬기가 비상 대기태세에 들어갔으며, 납치를 비롯해 공습, 박격포 공격 등으로부터 각국 대표들을 보호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됐다. 그러나 개막이 임박한 시점에서 곳곳에서 강도 높은 시위가 이어져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24일에는 행사장에서 15㎞ 떨어진 위트워터스랜드 대학에서 700여명이 WSSD 개최에 항의하며 촛불 가두행진을 벌이다가 섬광 수류탄을 발사한 경찰과충돌했다. 촛불 행진시위를 주도한 단체인 '사회운동 인다바(SMI)'의 대변인은 "이번 시위는 수만명이 참여하는 가두행진 등 지구정상회의 기간에 전개할 시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제적 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은 요하네스버그에서 서쪽으로 1천200㎞ 떨어진 한 원자력 발전소 인근 건물에 `아프리카에서 핵을 추방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건물벽을 오르는 기습시위를 벌이다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국제적 민간 환경단체인 월드워치연구소의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정책적 도전이 인류 역사상 어느 시점과 비교해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시위의 정당성을 제시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얀 프롱크 특사는 리우 첫 회의가 개최된 이후 기후, 생물 다양성, 삼림파괴 등과 같은 문제에는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환경개선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개선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제3세계 네트워크' 등 일부 단체 관계자들은 부유한 국가들이 지난 92년 리우회의에서 채택된 합의 사항을 토대로 구축하려는 의미있는 시도를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짐바브웨의 토지 약탈자, 국제적인 무정부주의자, 반 세계화 그룹에다 새로 가세한 팔레스타인 및 이스라엘측 시위대, 컴퓨터 해커들도 경찰의 '요주의'대상으로 떠올랐다. 촛불시위를 벌인 영화제작자 1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한 경찰은 앞서 지난주 요하네스버그 시내에서 시위를 벌인 SMI 지지자 160명을 구금조치한 데 이어, 21일에는 가두행진을 벌인 소작농 77명을 체포하는 등 적법 절차를 밟지 않은 시위는 불법으로 규정,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은코사자나 들라미니-주마 남아공 외무장관은 "법을 지키는 행동에 대해서는 경찰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나 적법 절차를 결여한 시위자들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헨리에테 베스테르 경찰 대변인은 "8천여명의 경찰 외에 군인, 정보기관 요원, 시민 봉사대원까지 나서 시위 봉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정상회의 기간에 허가한 집회는 오는 31일 예정된 소유 토지가 없는 1만여명의 행진 시위를 포함해 8개 집회에 불과하다. (요하네스버그 AP.AFP=연합뉴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