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가 인도네시아인들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면서 이웃한두 나라 국민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6일 불법 이주자 처리 문제로 인도네시아인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대(對)말레이시아 감정이 악화됐다며 인도네시아 여행 자제를 국민에게 당부했다. 시에드 하미드 알바르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이유가 있든 없든 간에 감정이 악화된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며 "필요한 일이 없으면 인도네시아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치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난 7월31일로 종료된 외국 불법 노동자 자진 출국 최종시한 이후 불법 이주자에 대한 처벌을 최소 징역 6개월형과 태형 6대등으로 강화하면서 인도네시아 국민의 감정이 악화된데 따른 것이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감정이 악화된 것은 말레이시아 건설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50여만명의 외국 노동자 가운데 인도네시아 불법 이주자가 70%를 차지하는 등 인도네시아 출신 불법 노동자들이 말레이시아에서 다수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인도네시아인 50여명은 이날 자국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밖에서항의 집회를 갖고 `말레이시아를 타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말레이시아가 외국인 처벌법을 철폐하지 않을 경우 정부측이 말레이시아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아미엔 라이스 인도네시아 의회의장도 말레이시아측의 불법 이주자 처벌강화에 대해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인 형벌"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시에드 하미드 장관은 "양국간 감정이 악화되면 두 나라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말레이시아는 취업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인도네시아 국민의 삶의 질을향상시키는데 기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콸라룸푸르 AFP.AP=연합뉴스)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