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구조가 유키지루시를 빼박았습니다.어떻게 이럴 수가…" 수입쇠고기 위장신고 사건의 책임을 지고 니혼햄의 오코소 히로지 사장이 전무로 두 직급 내려앉겠다며 회견장에서 머리를 숙인 20일 저녁.발표 내용을 TV로 본 가게 오사무 변호사는 혀를 찼다. "사고의 밑바닥에는 도덕의식 결여가 깔려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수입육을 국산으로 속여 팔거나 산지 허위표시를 밥먹듯이 되풀이해 온 식육업계의 고질병이 화근입니다." 역시 수입쇠고기를 일본산으로 신고했다 발각된 후 회사 자체가 공중분해 되고 만 유키지루시 식품에서 조사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적당히 속여도 괜찮다'는 도덕 불감증의 연장선에서 이번 사태가 터졌다고 개탄했다. 위장신고와 내부조작,그리고 은폐가 드러나면서 썰렁한 여름을 보내는 니혼 햄은 이 분야에서 일본 '넘버 원'이자 세계 랭킹 4위의 우량회사였다. 시골 냄새 가득한 도쿠시마현의 미니 햄 공장에서 간판을 올린지 60년만에 구미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연간 매출 9천4백여억엔의 자이언트로 도약한 신화적 기업이었다. 27세의 젊은 나이에 맨주먹으로 회사를 세운 창업자 오코소 요시노리 회장은 햄,소시지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니혼 햄을 키워 낸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자식이 없어 동생의 아들에게 사장 자리를 넘겨주고 회장으로 물러나 있었지만,재계는 그를 육가공업계의 대부로 대접했다. 하지만 보상금을 더 타내기 위해 수입육을 일본산으로 속인 내부 부정은 회사와 개인의 명예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오너 경영자들은 자영업자 의식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사내에 폐쇄적 분위기가 형성될 위험이 크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기대,정서와도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경제평론가 우치하시 가쓰히토씨는 니혼 햄 사태의 원인이 앞만 보고 달린 오너와 그로 인한 언로 폐쇄에 있다고 진단했다. "경영진들이 정신을 못차렸어.그 정도 처분으로 어떻게 고객얼굴을 쳐다본단 말이야?" 오코소 히로지 사장이 깨끗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울먹인 20일에도 직원들은 시장의 징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