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82)가 18일 고향인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코프에서 집전한 옥외 미사장은 눈물과 환호가 교차한 자리였다. 미사장에는 지난 95년 필리핀 마닐라 방문 때 400만명 운집 후 최대 규모인 220만여명의 폴란드 국민이 꽃과 깃발을 들고 모여들어 교황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줬다. 그러나 폴란드 신도 대부분은 이번 방문이 어쩌면 고령에 파킨슨씨 병까지 앓고 있는 교황 바오로 2세의 마지막 고국 방문이 될 것을 우려한 듯 3시간 설교 내내 눈시울을 적셨다. 교황 역시 신도들의 눈물에 눈물로써 반응했다. 신자들이 "당신은 위대하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한다. 우리와 함께 하시길"이라고 외치자 교황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였던 것. 교황은 건강 회복을 열망하는 신자들에게 "'다음에 또'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지만 그것(다시 고향을 방문하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미사 도중 손을 떨거나 일부 발음이 또렷하지 않았고 피로한 기색도 엿보였으나 신자들의 환호에 힘을 얻은 듯 설교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교황은 신자들이 고향에 함께 머물 것을 큰 소리로 외치자 "여러분이 나보고 로마를 떠나라고 말하고 있다"고 조크도 던졌다. 교황은 설교를 통해 유전공학과 안락사는 인간이 신의 자리를 넘보는 것이며 인간생명의 신비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인류가 과학과 기술의 경이로움에 현혹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또 마약과 범죄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악마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청소년들을 외면하지 말고 이들에게 조언, 위로 등의 정신적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진실과 책임이 없는 자유 확산과 기독교적 가족관의 상실을 경고했다. 1979년 교황 즉위후 8번째로 폴란드를 방문한 교황은 방문 나흘째인 19일 크라코프 교외의 한 성당을 방문한 뒤 로마로 돌아간다. 교황은 건강 약화에도 불구하고 그간 자신이 죽을 때까지 교황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해 항간의 은퇴설을 일축해왔다. (크라코프 AP.AFP=연합뉴스) coo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