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6일 모국 폴란드를 방문, 경제난에 시달리는 폴란드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재위중 9번째로 모국을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는 82세의 고령에 파킨슨병과 관절염 등 지병으로 평소 운신조차 어려운 형편이지만 크라코프 공항에 도착한 이날은평소보다 훨씬 생기있는 모습으로 전용기에서 계단을 걸어 내려와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에프스키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교황에 즉위한 이래 98번째인 이번 여행이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 속에서도 교황은 또렷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도착 연설을 해 폴란드인들을안심시켰으며 지난 79년 첫 모국 방문때 공산정권에 대항해 싸우도록 격려했을 때와같이 이번에도 폴란드인과 전세계인들을 향해 "미래가 불확실해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교황은 1만5천명의 환영인파가 폴란드 국기와 교황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가운데 연설을 통해 공산체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폴란드인들을 격려하고 실직자, 빈민 등 이웃에 대해 가톨릭 신도들이 행해야 할 사회적윤리를 강조했다. 교황은 "많은 폴란드 가정들, 특히 대가족들과 실직자, 노인들이 사회적.경제적변화의 짐을 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며 나는 그들의 짐과 운명을 영적으로 함께 질것"이라고 말하고 "가톨릭의 사회윤리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실직자들과 날로 심해지는 빈곤 속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은 물론 자녀들의 앞날도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황이 머무는 오는 19일까지 나흘간 폴란드 전국에서 400만-500만명의 신도들이 크라코프에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의 모국 방문중 가장 관심을 끄는 행사는 19일 집전하는 일요일 야외 미사로 25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 행사에서 교황은 러시아 가톨릭 교회 선구자지그문트 펠린스키와 폴란드 성직자 얀 베이짐, 신학자 얀 발리츠키, 수녀 산챠 슈임코비야크 등 5명에게 시복(諡福)할 예정이다. 1863년 러시아 황제에 저항한 폴란드 봉기 때 시베리아로 추방됐다가 1895년 크라코프에서 사망한 펠린스키의 시복은 러시아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교회 사이에 새로운 충돌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17일 교황은 크라코프 시내 라기에프니키구(區)에 있는 `주의 자비'바실리카 성당 봉헌식을 거행하며 일요일 미사 후에는 부모의 묘소를 찾고 지난 46년 자신이 서품식을 가졌던 바벨성당도 방문하는 등 개인적 의미가 깊은 일정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폴란드 당국은 교황의 건강이 악화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크라코프의한 병원 전체에 엄선된 141명의 의사와 12명의 전문가들을 배치해 하루 24시간 대기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가톨릭 신도인 폴란드 국민은 교황의 이번 방문에 열광하고 있다. (크라코프 dpa.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