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가고 싶은 도시'를 조사하면 샌프란시스코가 1위에 오른다. 기후가 연중 온화하고,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금문교를 비롯해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 적이 결코 없다"(언스트 영의 제프리 달라스 컨설턴트)고 할 정도로 '스스로 찾아오는 관광객'이 사시사철 넘쳐나는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관광산업은 '닷컴 붐'덕에 지난 2000년까지 연간 80억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초호황'을 구가했다. 3만4천개에 이르는 호텔 객실이 동나고,한병에 1천5백달러나 하는 포도주가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그러나 닷컴의 몰락으로 비즈니스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면서 샌프란시스코 관광산업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9·11 테러사건이 터져 샌프란시스코의 관광산업은 끝없이 추락했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곳 관광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들이 늘어선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고,알카트래즈섬에 가는 유람선을 타려면 3일 전에 표를 사야 할 정도다. 샌프란시스코의 활기를 되살리는 것은 가족단위 관광객이다.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왁스뮤지엄이나 수족관 고객이 각각 지난해보다 10%,15% 늘어났다. 식당에서도 가족들이 둘러앉은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이 지역 관광 관계자들이 인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가족과의 주말나들이를 유인한 결과다. 샌프란시스코는 '성인용 관광지'가 아니라,가족과 함께 오기에도 좋은 곳이란 이미지를 심기 위해 적극 나섰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관광청은 지난해 가을 처음으로 새크라멘토와 중부 캘리포니아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전화안내 캠페인을 벌였다. 업계의 노력도 뒷받침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16개의 중급 호텔을 운영하는 킴턴그룹은 호텔료를 15% 정도 인하,공실률을 30%대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커피로마'란 커피숍은 캐주얼풍의 와인바를 열고 입구에서 커피 볶는 모습을 보여줘 손님들을 유인하고 있다. 한국 관광관계자들이 유심히 살펴볼 만한 대목이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