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4일은 미국 CEO들의 '고해성사' 마감일이다. 자기 회사의 회계장부가 틀림없다는 난에 서명을 하고 증권관리위원회(SEC)에 제출하는 날이다. 매출 12억달러 이상인 9백47개 대기업들이 대상이다. 서류를 늦게 제출하거나 허위사실이 드러나면 최고20년간 형무소 생활을 해야 한다. 처음 시도되는 '고해성사'의 의미는 한 둘이 아니다. 우선 미국 경제의 최대 이슈인 '분식회계'여부를 가려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증시에서 '재수없이 밟으면 터지는 지뢰'를 제거하는 등 투명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다. 지뢰로 확인되면 그 자리에서 폭파시켜 버린다. 세계 2대 광고마케팅 회사인 인터퍼블릭이 대표적인 예.CEO 사인에 앞서 좀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 주 예정된 2분기 결산발표를 늦추자 주가는 곧바로 32% 폭락했다. 물론 CEO 사인이 반드시 호재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증권조사기관인 ISI그룹이 이미 회계장부를 공개한 65개 기업의 주가추이를 조사한 결과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 사인은 '분식회계 경계리스트에서 빠지는 것일 뿐'이란 결론이다. 그러나'고해성사'의 깊은 뜻은 다른데 있다. 정책당국의 문제를 풀어가는 철학과 방법론이다.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증시 쇼크를 우려해 쉬쉬하는 게 아니라,가급적 빨리 수술대에 올려놓고 깨끗이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방식이다. 데드라인이 8월14일인 이유도 그런 의미에서다. 사업분기가 끝나면 45일안에 실적을 보고하도록 돼있는데 초대형 사건인 월드컴 회계분식이 터진 6월26일 이후 가장 빨리 돌아오는 결산보고 시점이 이날인 것이다. SEC측은 의혹불식을 위해 기업 보고서가 들어오는대로 바로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고해성사'결과에 따라 미국 증시는 다시 흔들릴 수도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질지 모른다는 부정적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같은 고해성사가 가능한 것이 다른 나라에선 찾기 힘든 미국의 경쟁력이라고 내심 평가한다. 미국 경제가 상당기간 더 강하게 남을 것이란 자신감이기도 하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