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은 `로큰롤의 황제'로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4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지 25년째 되는 날이다. 기다란 귀밑머리와 흰색 점프수트, 엉덩이 흔들기로 상징되는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경외와 조소로 크게 엇갈리지만 지금도 미국에 `문화혁명'을 일으킨 팝문화의 거물이라는 그의 위치에는 변함이 없다. 한때 젊고 아름다운 반항아의 대명사로 불렸으나 젊은 나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몰락의 길을 걷다 숨지고 마는 슈퍼스타의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지금도 많은 연주가들은 엘비스를 영감의 원천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며 그의 앨범 판매량은 전세계적으로 10억장이 넘었고 그의 노래들은 해마다 젊은 층을 위해 새로운 음반이 되어 나온다. 젊은 시절 그에게 매료됐던 노년층은 말할 것도 없다. 엘비스 사후 관광명소로 바뀐 그의 멤피스 저택 `그레이스랜드'에는 올해도 수만명의 팬들이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흑인음악을 주류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최초의 백인인 엘비스가 자신을`백인 쓰레기'로 취급하는 비판자들의 존경을 얻기 위해 싸워야 했던 시절을 현재와비교하면 어떤 의미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엘비스 전기 집필자인 음악평론가 데이브 마시는 "엘비스가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부른지 47년이 지났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의 명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이 세상에 중요한 사람들과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엘비스는 별 볼일없는 사람들의 아들이었고 그들의 빛나는 별이었다. 그를 독특하게 만들고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것은 바로 그런 점"이라고 말했다.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은 자신의 고향인 테네시주 동부의 산골마을에선 엘비스가 신과 같은 존재였다면서 "그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엘비스의 존재는 아직까지 미국 문화에 광범위하게 남아있다. 2달러짜리 펜실베이니아주 즉석복권은 그의 이름과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입는 흰색 점프수트는 엘비스의 복장을 그대로 흉내낸 것이다. 엘비스 흉내내기는 지금도 수많은 할리우드의 영화에 등장하며 최근 개봉된 디즈니사의 만화영화 `릴로 앤드 스티치'는 엘비스의 음악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엘비스 프레슬리에 관한 시 모음집 "올 슈크 업!"(All Shook Up!)을 펴낸 신시내티 대학 영문과 교수 윌 클레멘스는 "어떤 의미에서 오랫동안 엘비스에 붙어다녔던 `키치'(천박한 예술)라는 딱지가 새로 나온 CD들에 의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엘비스가 `하트브레이크 호텔'로 주류사회 대중문화의 벽을 깨뜨릴 1956년 당시의 팝음악은 프랭크 시내트러나 패티 페이지 등 감상적인 성인가수들의 독무대였다. 그해 한 해동안에만도 엘비스는 "Shake Rattle and Roll" "Blue Suede Shoes" "Hound Dog" "Don't Be Cruel" "Love Me Tender"등의 노래들을 남겼다. 그가 처음 "더 밀튼 벌 쇼"에 등장했을 때 뉴욕 데일리 뉴스의 한 평론가는 "미국 대중음악은 그의 엉덩이 흔들기 광대극으로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밑바닥까지떨어졌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엘비스는 "음악 뿐만 아니라 인종, 사회, 계급에 한계를 긋는 편협한 획일주의"에 대해 항거한 것이었다고 엘비스 전기작가 피터 거랠닉은 엘비스 25주기 기념 잡지 "엘비스, 그 때와 지금"에서 주장했다. 록밴드 `윌코'의 리더 제프 트위디는 그를 "빛나는 등대"로 표현하면서 "그의 실제 의도가 무엇이었든 세상이 그의 음악으로부터 받은 것은 `주어진 현실을 참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다르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면서 "지금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무형의 여러 한계를 타파한 엘비스의 유산은 그의 고향인 미시시피주 터펠로 마을에 지금도 남아있다. 마을에서도 `불량지구' 쪽에서 자란 엘비스의 어릴 적 모습은 내리닫이 작업복차림에 기타를 든 소년상으로 남아있고 그가 7달러75센트짜리를 주고 생애 첫 기타를 샀던 조그만 잡화상과 그가 다녔던 두 학교, 그리고 그가 자라난 싸구려 꽃무늬벽지에 알 전구가 매달려 있는 방 두개짜리 작은 집 등이 지금은 `황제'의 자취를 찾는 관광객들의 순례코스가 돼 있다. (내슈빌.터펠로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