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 시나리오가 점차 구체화하는 가운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8일 오전(현지시간) 대국민연설을 통해 전쟁 태세 확립을 강조한다고 관영 이라크통신(INA)이 7일 보도했다. INA 보도에 따르면 후세인 대통령은 TV로 중계될 `포괄적 대국민연설'에서 이란-이라크 전쟁 종전을 기념하는 한편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새로운 전쟁에대비하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후세인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 합동참모본무 참모 전원이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하는 쪽으로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로 전쟁 분위기가 더욱고조한 가운데 행해진다. 사둔 함마디 이라크 의회 의장은 7일 의회 특별총회에서 "이라크 국민은 군사적위협에 굴복하지 않으며 위협은 반드시 실패한다"고 항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라크 의회는 이날 미국 의회에 대해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개발 의혹을 조사할 대표단을 파견해주도록 거듭 촉구했다. 한편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권 내 전통적 대미 우호 국가들까지 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 위협에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카이로에 본부를 둔 아랍연맹은 공식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군사위협에 반대한다는입장을 밝혔다. 히샴 유세프 대변인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은 지역 안정을 깨는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며 위험을 자초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라크와 유엔이 적극 협력해 대량파괴무기 개발 의혹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도 카이로를 방문한 자베르 알-무바라크 알-사바흐 쿠웨이트 국방장관과 만나 이라크 사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해 논의했다고 중동통신(MENA)이 전했다. 이집트 정부는 줄곧 미국의 이라크 공격위협에 우려와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6일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을 만나 쌍무관계와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관영 페트라 통신이 전했다. 압둘라 2세는 특히 이라크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을 지지하고 이라크에 대한 침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사브리 장관은 같은 시기에 요르단을 방문한 터키의 슈크리 사나 고랄 외무장관과도 만나 미국의 공격위협과 역내 현안을 논의했다. 고랄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터키는 항상 역내 안정을 지지해왔으며 이라크에 대한 침공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란과 오만도 지난 5일 테헤란에서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하고 이라크 문제는 유엔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이라크에 대한 어떠한 군사공격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