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對) 이라크 전쟁에서 첫 전투가 이미 시작됐으나 그 싸움터는 바그다드가 아닌 워싱턴이 되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타임은 여름 내내 미국이 군사력으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축출할지 축출한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논란이 끝이지 않고 있다며 대부분이 후세인대통령 축출에는 동의하지만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다고 전했다. 오는 7일 상원 외교위원회는 청문회를 열어 이라크 공격문제를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지만 공격 찬반 세력 간 이견이 커 쉽게 결론을 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에는 1차 걸프전 때처럼 후세인 대통령이 이웃 국가를 공격하거나 위협하지 않았고 그를 9.11 테러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도 실패했기 때문에 후세인에 대한 국제적인 위기의식이 전혀 없어 쉽게 공격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공격을 주장하는 강경파들은 그가 화학.생물학 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런 무기들이 테러범 손에 넘어가 미국을 겨누기전에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공격에 대해 반대하는 측에서는 후세인은 주변에 배치된 군사력에 둘러싸여 큰 위협이 되지 않으며 그를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한 목표이기는 하지만 지정학적인 위험과 막대한 군사자원을 쏟아부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맞서고있다. 미국 정부는 9.11 테러 이후 정보보안을 대폭 강화하면서도 이라크 공격에 대해서만은 정보 유출을 용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는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불가피하다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이라크 공격은 국제사회에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많은 이라크 공격 시나리오가 제시됐으며 이는 '아프간 모델(Afghan Model)'과 '10월 기습(October Surprise)', 사막의 폭풍 2(Desert Storm Ⅱ)' 등 3가지로 나뉜다. `아프간 모델'은 소규모 미군 특수부대와 함께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고 현지 반군들과 협력해 신속하게 이라크군의 이탈과 후세인정권의 붕괴를 유도하는 것이다. 강경파들이 선호하는 이 작전은 후세인 축출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회의론자들은 후세인 정권이 그렇게 쉽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10월 기습'은 미군과 영국 연합군 5만 명을 동원해 예상치 못한 시기에 기습공격해 바그다드를 점령하고 후세인을 제거함으로써 대량파괴무기 사용기회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이 작전은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그다드 점령과정에서 미군 수천 명이 생명을 잃을 수 있고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해 이슬람권의 반미감정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 '사막의 폭풍 2'는 25만 명에 달하는 대병력을 배치해 터키와 요르단, 쿠웨이트등에서 이라크를 공격해 들어가는 것이다. 이 작전은 성공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강경파들은 미국의 기술적우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으며 병력 배치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후세인 정부가 붕괴되면 오랫동안 유지돼온 중동지역의 안정이 깨질 수 있다는점도 이라크 공격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민의 15%인 수니파가 주류를 이루는 후세인 정부가 무너지면 국민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들고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나머지 20%를 차지하는 이라크 북부쿠르드족 역시 독립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어려운 미국의 경제사정도 부시 행정부의 결정을 방해하는 요소다.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직후 이라크 공격에 대해 국민에게 물었다면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겠지만 현재 미국인들에게는 테러보다는 경제가 더 큰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 대통령 축출 계획을 공공연히 밝혀온 부시 정부로서는 공격을 하지 않을 경우 신뢰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기자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