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지문 채취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추적을 용이하게 하려 하고 있으나그 효과에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1일 보도했다. 미국 이민귀화국(INS)은 테러범들의 입국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앞으로 1년간 사업, 관광, 학생 비자를 소지하고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 중 선별적으로 20만명에 대해 지문 채취와 함께 사진을 찍을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지문 채취 대상이 된 외국인이 연방수사국(FBI)이 자료로 갖고 있는 테러혐의자의 지문과 일치하는 것이 나오면 이 사실이 바로 FBI에 통고되며 해당자에 대한 추적이나 조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INS와 FBI의 지문 채취 및 감식 시스템을 통일하는 데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수많은 무고한 외국인이 선의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우려된다. 예를 들어 9.11 사건 이후 많은 숫자의 외국인이 조사를 받고 아무 혐의가 없어 대부분 풀려났는데 이미 FBI에서 지문채취와 사진촬영을 했기 때문에 이들이 미국으로 입국할 경우 아무 혐의도 없이 다시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지문채취는 아랍권 등 특정지역 국민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신발 밑창에 폭발장치를 감추고 공항에서 적발된 리처드 리드는 영국 국적인이며 '더러운 폭탄'에 의한 테러혐의를 받고 있는 호세 파딜라는 미국 국적인이다. 결국 외국인이 아닌 미국, 영국 국적인들이 오히려 요주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외국인에 대한 지문 채취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INS는 지난 1991년 이후 이라크, 이란, 리비아, 수단 국적인들을 대상으로 약 5만4천명의 지문을 채취했으나 그 중 실제로 테러와 연관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코우로시 칼란타르라는 한 이란 태생 전기전문가는 지난 2년간 과학회의 참석차 미국에 입국하면서 3번이나 지문 채취 대상이 됐는데 그 때마다 공항에서 2시간이나 기다리면서 자신이 범죄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INS 측은 이 같은 테러혐의자 색출 방식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방식이 정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국가안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