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6년간 미국 유명인사들의 사교장이자 영화 촬영 장소로 명성을 쌓아온 뉴욕의 유서깊은 고급식당 '러시아 티 룸'이 9.11테러 후유증으로 문을 닫는다. 각 층마다 주제를 달리 한 화려한 장식과 피카소, 칸딘스키 등 거장들의 그림을소장한 것으로도 유명한 `러시아 티 룸'의 주인 제니퍼 리로이는 미국의 전반적인불황으로 경영압박을 받아온데다 테러 이후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 어쩔 수 없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식당의 문을 닫게 됐다고 발표했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8일보도했다. 캐비어와 보드카로 유명한 `러시아 티 룸'이 처음 문을 연 것은 지난 1926년 러시아 제국 발레단의 옛 단원들에 의해서였고 이후 이 곳은 규모가 상당했던 뉴욕의러시아계 인사들이 즐겨 찾는 만남의 장소가 됐다. 한 층은 크렘린 궁, 다른 층은 각각 주제를 달리한 벽화와 동상, 춤추는 곰들로장식된 이 식당은 지난 50년대 스탠리 케이라는 한 전직 교사의 손에 넘어간 뒤 멋쟁이 뉴요커들의 사교장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러시아 티 룸'은 마릴린 몬로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왕년의 명배우들, 최근에는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 등 기라성같은 유명인사들이 단골 손님으로 찾았고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영화 `투씨'의 촬영장소로도 사용됐으며 팝스타마돈나는 한 때 이 식당의 외투보관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지난 97년 워너 리로이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러시아 티 룸'은 2천만달러가 넘는 대대적인 내부장식 공사를 거쳐 고급 사교장으로서의 명성을 굳혀 왔으나 불황에손을 들고 만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