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을 삼가는 관례를 깨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서 관심을 끌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기념식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면서 WJLA-TV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 회계 부정에 자신도 일부 책임이 있는 것으로 시사했다며 부시 행정부를 힐난하고 부시 대통령이 취임 후 1년간 중동문제에 방관적 태도를 취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8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부시 행정부를 가리켜 "이 사람들은 자기 책임인데도 여러분이 문제를 파헤치자 곧바로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하고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 '블랙 호크 다운'에서 끔찍한 날로 묘사되는 소말리아 문제로 그의 아버지(조지 부시 전 대통령)를 비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책과 영화 모두 '블랙 호크 다운'이라는 제목으로 다룬 소말리아 사건이란 부시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둔 지난 1993년 동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 파견한 미군특수부대가 적의 기습을 받고 거의 전멸한 치욕을 가리키는 것이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놀랍다"고 논평했고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짐 다이크 공보관은 "공격과 정치화라는 전형적인 클린턴식 반응"이라고 말했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1990년대 기업들의 흥청망청 풍조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한몫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후에 "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장이 혼란을 잘 수습하고 있다고 본다"고 부인했으며 측근들은 기자들에게 기업 비리가 대부분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일이라고 지적했음을 상기시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기업 비리는 그의 취임 전에도 있었고 후에도 있었으나 나는 실제로 무언가 하려고 노력했고 그 쪽은 그것을 중단시켰다"며 부시 대통령과의차별성을 강조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