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인 약 3백명이 26일 수도 리마의 중심가 산 마르틴광장에서 알레한드로 톨레도 대통령에 대해 혼외 정사로 낳은 딸을 친딸로 인정하라며 '기저귀 빨래' 시위를 벌였다. 산 마르틴 광장은 대통령궁 인근에 있다. 톨레도 대통령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올해 14세의 사라이 톨레도 양을 비롯한 시위자들은 기저귀와 흰 누더기 옷을 플라스틱 물통에 집어 넣고 빨래를 하면서 "존엄한 사라이", "톨레도, 당신의 딸이 여기에 있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스티로폼으로 만든 거대한 아기 우유병을 모인 사람들 위로 높이 치켜 올리기도 하면서 사법부 건물로 행진해 나갔다. 기저귀를 빨다가 가끔 확성기로 목소리를 높인 사라이 양은 이번 시위는 "톨레도 대통령이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자,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상징적인 행동이라면서, "그는 책임있는 아버지로서 모범을 보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사라이 양의 어머니인 루크레시아 오로스코 씨가 톨레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친부 확인소송은 지난 92년 이후 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북부지방의 가정법원이 오로스코 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톨레도 대통령에게 다음달 7일 DNA검사를 받으라고 내린 명령을 중지시키는 판결을 4일 내린 바 있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 6자녀를 둔 51살의 주부 아우렐리아 바르가스 씨는 "대통령이 자신의 딸을 인정하거나 아니면, 공개적으로 페루 국민에게 내 딸이 아니다라고해야 한다"면서 톨레도 대통령의 공개적인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톨레도 대통령의혼외 출산은 지난 2000년 대선 기간 내내 쟁점이 됐다. 정치 분석가들과 야당 지도자들은 최근 내각 총사퇴 결의 사태 등 최악의 정치위기를 맞은 톨레도 대통령이 DNA 검사를 수용하든가 아니면 자신이 낳은 딸임을 인정하는 것만이 추락한 신뢰성을 회복하는 해결책이라고 주문했다. 대선기간에 톨레도 대통령은 자신을 상대로 계속 제기된 친부 확인 소송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면서 DNA 검사를 거부했다. 그는 법원이 DNA 검사 명령 판결을 내리면 선거 이후 이에 따르겠다고 말했지만,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공개적으로는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리마 AP AFP=연합뉴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