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런던 근교 판버러에서 열리고 있는 에어쇼에서 각자의 신개발 전투기를 선보이며 수십억 파운드 규모에 달하는 세계각국 공군의 구매계약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4개국이 공동개발한 최첨단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미국의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F-35 조인트스트라이크파이터(JSF)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것.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JSF와 세계 10여개국 국방예산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 이유는 이미 지난 80년대초 처음 개발이 시작됐으면서도 예산상의 제약과 정치적 이유 등으로 아직 전면 생산단계에 들어가지 못했을 정도로 개발이 지연됐기때문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에어쇼에 참석한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은 유로파이터에 대해 "절대적으로 환상적인 비행기다. 조종사들과 이야기해보니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하더라"며 극찬을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한테서 당초 232대로 돼있던 구매 규모를 줄이도록 종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 규모가 가장 큰 영국이 이를 줄일 경우 이는 유로파이터와 그 생산업체들,즉 영국의 BAE시스템스와 자매그룹인 유럽항공국방우주사(EADS)에 큰 타격을 주게된다. 영국 다음으로는 독일이 180대, 이탈리아가 121대, 스페인이 87대, 오스트리아가 24를 각각 발주해 놓은 상태다. 이에 비해 미국의 JSF는 유럽시장을 파고들어 유로파이터에 비해 가장 비용이적게드는 대안이며 더 우수한 기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속적인 판촉활동을 벌였고 그 결과 이미 상당수의 유럽국가들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국방부의 경우 150억 달러에 달하는 유로파이터 개발비용의 상당부분을 부담하면서 JSF 개발에도 20억 달러를 투자해 유럽 최대의 투자국이 됐다. 유로파이터개발의 선도업체인 BAE시스템스 역시 JSF의 동체 및 전자시스템 부품을 비롯해 전체공정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의 외국 하청업체이기도 하다. 유로파이터의 왼쪽 날개를 제작하고 있는 이탈리아도 JSF 제작진에 참여하기로결정했다. 이탈리아의 알레니아 마에로노티카의 JSF 개발계획 투자규모는 "상당한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탈리아 군비국장인 지암파올로 데팔로 제독은 "JSF가 업그레이드된 유로파이터가 제공하지 못하는 기능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시하고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은 JSF의 대당 공급가가 약 3천500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유로파이터는 6천5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게다가 JSF는 폭격 뿐만 아니라 항공모함 함재기로도 사용이 가능한데 비해 유로파이터는 순수하게 육상기지를 이용하는전투기다. 그러나 유로파이터 지지자들은 JSF의 가격이 전면생산 단계에 가서는 상당폭 상승할 것이며 다기능성 또한 아직 실험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특히 유럽이 지금 단계에서 유로파이터를 포기할 경우 군수산업 전체가 미국에 굴복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막대한 자금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 공군은 유로파이터가 더 우수하기 때문에 유로파이터를 선택할 것이라고말했다. 그러나 공군 지휘관들은 영국의 JSF 개발에 대한 투자가 토니 블레어 총리의 대미 외교의 일환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