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자금 수수 사건으로 국방장관 사임을 초래한 홍보대행업체로부터 독일 여야 정당 모두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나 독일 정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시사 주간지 포쿠스는 23일 인터넷판에서 문제 홍보대행사의 모리츠 훈칭어 사주가 집권 연정을 구성 중인 사민당과 녹색당 뿐아니라 제1야당인 기민-기사당 연합과 소속 의원들에게도 정치자금을 주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보도했다. 연방의회에 진출한 정당 가운데 옛 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만이 훈칭어 사주의 정치헌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포쿠스는 밝혔다. 포쿠스에 따르면 헤르만-요제프 아렌츠 기민당 노동위원장(CDA)은 최소한 한 차례 이상 1만 마르크 이상의 돈을 수표로 받았으며, 2000년 5월에는 기민당의 쾰른지부 선거자금 계좌로 7천500 마르크가 입급됐다. 훈칭어 사주는 아렌츠 위원장과 오랜 친분이 있으며 메르켈 안겔라 당수 등 기민당 내의 여러 중요 인사들과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훈칭어 사주의 옛 동료 우베 스트라우스 씨는 "옛 콜 총리 정권 내각의 절반이 훈칭어 사주와 말을 트고 지냈다"고 말한 것으로 이 잡지는 전했다. 다른 시사 주간지 디 벨트는 기민당 재정위원인 훈칭어 사주가 지난 1992년 이후 한 번에 최고 7만 마르크의 정치자금을 4차례나 당에 냈으며, 기민당과 같은 노선의 기사당에도 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동안 18만5천 마르크를 줬다고 보도했다.디 벨트는 이 금액은 공개의무에서 제외되는 1회 2만 마르크 이하의 정치자금이 제외돼 있다고 밝혔다. 녹색당의 경우 지난 98년 헤센주 지부가 1만9천999 마르크, 99년 중앙당이 2만마르크의 정치자금을 훈칭어 사주에게서 받았으며 자민당은 97년 이후 3회에 걸쳐훈칭어 사주 개인과 그의 회사한테서 10만 마르크를 받았다. 또 쳄 외츠데미르 녹색당 국내문제 담당 대변인은 지난 99년 훈칭어 사주에게서 5.5%의 저리로 8만 마르크를 빌린 것으로 지난 주 언론보도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사민당 출신의 루돌프 샤르핑 전(前)국방장관은 회고록 저작권료 명목으로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4만 마르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어 지난 18일 슈뢰더 총리가 해임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