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7일 동성(同性)간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률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남성 또는 여성 동성간 결혼자들에게도 이성(異性)간 결혼자들과 동등한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평생 동반자법'이 헌법 상의 혼인과 가정에 대한 특별보호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민당과 녹색당의 `적.녹' 연립정권이 제안, 하원에서 통과돼 8월1일부터 발효되는 이 법은 동성 간의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상속과 건강보험 수급권, 배우자입원시 병원 면회권 등을 부여하고 있다.

보수정당인 기민.기사연합이 집권중인 바이에른주와 작센주, 튀링겐주 등 3개 주정부는 적.녹 연립정권이 이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자 위헌 소청을 냈었으나이날 헌법재판소가 5대 3으로 합헌 판결을 내림에 따라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오는 9월 총선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맞수로 나설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민당수는 이날 판결에 불만을 표시하고 동성혼자에게도 세금혜택 등을 부여하는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녹 연립정권은 보수파가 상원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 상원인준이 필요없는 핵심 법률과 동성 결혼자에 대한 세금혜택 부여 등의 내용이 담긴 보충법안으로 나눠 법안을 제출했었다. 보충 법안은 현재 상원에 계류돼 있다.

독일 레스비안.게이동맹(LSU)은 이번 판결을 `현대적 사회정책의 시작'으로 파악, 후속 입법을 서둘러 줄 것을 기민.기사연합에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 하에서 동성애자를 처벌한 전력이 있는 독일에서는 지난 1984년부터 동성애자의 동거권리를 인정해왔으며, 이번 판결은 독일 사회의 동성애자들에 대한 관용이 더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독일 언론들은 평가했다.

지난 1989년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동성혼자의 결혼을 허용하고 이성혼자와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법률을 도입한데 이어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등 상당수 유럽 국가가 유사한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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