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가진 경영자 출신이란 경력을 자랑으로 여겨 왔다. 대통령 선거전을 치르면서 기업들로부터 많은 후원을 받기도 했다. 이런 그가 기업 회계부정 사건이 잇따르자 "기업인들은 경제적 힘을 악용하거나 법률을 어겨서는 안된다"며 호되게 꾸짖고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공화당 출신으로는 부시 대통령만큼 기업을 비판한 대통령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달 전부터 그의 이같은 비판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엔론 제록스 타이코 월드컴 등 기업 관련 스캔들은 기업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을 바꿔 놓았으며,기업인들은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사기꾼으로 비쳐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 대비,공화당의 기업정책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기업 감시를 소홀히 한 이유로 하비 피트 증권관리위원회(SEC) 위원장에 대한 사임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부시 대통령은 기업 개혁에 열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그는 분식회계 스캔들이 기업의 시스템적 문제라기보다 몇몇 기업인들이 저지른 부패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기업개혁과 관련,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부시 행정부내에서 찾을 수 있다. 행정부내 최상층부에는 4명의 최고경영자(CEO) 출신 관료들이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은 석유회사인 할리버튼의 회장이었다. 폴 오닐 재무장관은 알루미늄 기업인 알코아의 CEO를 역임했으며,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제너럴인스트루먼트 사장 출신이다. 돈 에번스 상무장관은 톰 브라운이란 석유회사를 운영했다. 행정부내 중간 계층에도 많은 기업인 출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체니 부통령은 SEC의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부시 대통령 자신도 주식을 처분하면서 적절한 정보공개 절차를 거치지 않아 조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자유무역주의자라고 주장해 왔으나,지난 3월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최고 30%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보면 보호무역 성향이 강한 것 같다. 의회의 섬유산업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암묵적인 찬성을 보내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기업들의 로비에 의해 좌우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체니 부통령이 지난해 발표한 에너지 계획도 자세히 살펴보면 에너지 업계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일 뿐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회복 종합대책도 보조금 지급과 세금 감면 등 기업에 대한 지원 일색이다. 문제는 야당인 민주당도 기업 관련 로비스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국민들의 분노가 잠잠해지면 기업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여기다 민주당의 정치 공세가 사그라지면 기업개혁 법안들이 법률로 만들어지기는 어려워진다. 이 경우 미국 자본주의는 기업 개혁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3일자)에 실린 'The unlikeliest scourge'란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