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5일 앨라배마주 버밍햄에서 '만루 홈런'을 날렸다.


돈 시겔만 앨라배마 주지사에게 도전장을 낸 공화당의 밥 라일리 하원의원을 위한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하루 모금액으론 사상 최대규모인 4백만달러를 끌어모은 것이다.


열성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이 같은 금액을 조달하지 못해 부시 대통령의 이날 행사는 '대성공'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정치자금 모금행사가 아니었다.


같은 곳에서 부시가 한 경제 연설에 시선이 집중됐다.


부시 대통령 자신도 지난 9일의 월가 강연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를 살려내지 못한 실패를 만회라도 하려는 듯 유난히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안정돼 있고 금리도 적정한 수준이며 생산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례까지 제시하며 '미국경제 건강론'을 열강했다.


강연 직전인 오전 11시 다우지수는 2백47포인트 떨어진 상태였다.


케이블TV인 CNN은 한 화면에 부시의 강연 모습과 주가지수의 변화를 똑같이 내보내면서 강연의 효력을 살폈다.


강연이 시작되면서 폭락세가 주춤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결과는 병살타로 끝나고 말았다.


20여분의 강연이 끝난 후 주가가 장중 한때 4백39포인트까지 폭락한 것이다.


월가는 강연내용에 또다시 실망했다.


주가가 후반에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롤러코스트를 탔지만 부시 연설과는 무관했다.


언론들은 이날의 부시 대통령을 투자심리 안정을 위해 경제회생구를 날리려다 보크를 저지르고 만 투수와 같다며 비웃었다.


강연내용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부시는 "우리는 90년대 벌였던 향연의 숙취를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가폭락에 대한 책임을,부정회계 의혹을 사고 있는 부시 대통령 자신이나 일부 기업인이 아니라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하루만에 4백만달러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정치자금을 끌어 모은 부시의 영향력이 월가에서도 통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투자자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