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나치주의자가 지난 14일 저지른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은 불확실한 미래를 맞고 있는 유럽 대륙에서 새로운 정치폭력 사태가 빈발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정치적으로는 유럽연합(EU), 경제적으로는 단일통화 유로에 의해 거대 단일 공화국을 향해 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긴밀히 움직이고 있으나 일반 대중들의 불만은 그 골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시라크 대통령에게 보낸 위로 전문에서 "이 가증스런 공격의 배후에는 우익 극렬분자들이 있다"면서 "이는 또다시 우리가 이같은 위협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만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를로 아젤리오 이탈리아 대통령도 "결속"의 메시지를 통해 시라크 대통령 암살 기도가 "이 세상에서 자유와 정의를 값지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고 개탄했다. 경찰은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인 지난 14일 샹젤리제에서 시라크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 대열에 총탄 1발을 발사한 올해 25세의 막심 브뤼느리가 단독으로 그같은 짓을 저질렀는지 여부를 아직 밝히지못하고 있다. 경찰은 단지 이 청년이 극우 단체들과 관련되어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극우파 정치인 핌 포르투완이 네덜란드 총선 직전암살당한지 불과 2개월만에 발생한 이번 사건은 정치적 변화를 겪고있는 유럽대륙 전역에 충격파를 던져줬다. 유럽 통합 지지자들은 새로운 단일통화와 브뤼셀의 EU본부로 대표되는‘유럽중앙 지도층’을 나폴레옹, 히틀러가 보여준 혹독한 통합력에도 결연히 맞서 저항했던 분열의 대륙을 하나로 묶어주는 현대적이고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문화, 언어, 그리고 피로 물든 역사 등이 심리적으로 혼합, 응축된 그들의 민족적, 국가적 주체성이 새로운 유럽에 의해 삼켜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같은 우려를 이용, 자국에서 새롭고 날카로운 분열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그들의 지도자들은 유럽을 단일의 주체로 만들기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정력적으로 뛰고 있다. 그러한 상황하에서 대중의 불만 가운데 상당 부분은 EU에 반대하는 이탈리아 북부동맹에서부터 이민에 결사 반대하는 오스트리아의 자유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익, 또는 극우 단체들에 의해 들쑤셔지고 있다. 그러나 한 유럽문제 전문가는 "유럽 통합에 대한 저항은 여태까지 주로 우파에서 나왔지만 앞으로는 좌파에서 나오게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좌파는 자신들이 원하는 의제들을 다루지않는 EU에 점점 더 깊은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리 AFP=연합뉴스) h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