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위기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 에이즈 총회에서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문제는 최악의 시기를 넘겼으며, 사하라 사막 남부지역 상황도 곧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된 제14차 세계 에이즈 총회에서 전문가들은 에이즈가 동유럽, 카리브해를 비롯 인구대국인 인도, 중국으로 급속히 확산, 감염자 수가 몇년내에 2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에 따르면,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의 에이즈 감염자 비율은 2년 전 35%에서 더 늘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39%까지 증가했다. 충격적이게도 보츠와나는 아프리카 국가중 가장 자원을 많이 보유한 국가로 주민 대부분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데다 고위 관리들이 에이즈 퇴치에 적극나서고 있고, 에이즈 전염을 막을 수 있는 콘돔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에이즈.성병.결핵예방센터의 유진 맥크레이 박사는 "이런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보츠와나의 에이즈 감염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간 3∼5%의 안정적인 에이즈 감염률을 기록하던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카메룬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에이즈 감염자 비율은 두자리 숫자로 뛰어올랐고, 코트디브와르는 9.7%, 나이지리아는 6.5%의 감염률을 각각 기록했다. 이프리카에서는 주로 이성간의 성접촉으로 에이즈가 확산되고 있으며, 여성 감염자수가 압도적으로 늘고 있다. 동유럽과 구소련공화국들에서는 마약 복용자들의 주사기를 통해 병이 전염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뒷골목 사창가를 통해 에이즈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대로 두면 2010년까지 1천3백만 이상의 인도 주민들이 에이즈에 감염될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예측했다. 유엔에이즈계획은 현재 에이즈가 기승을 부리는 45개국에서만 오는 2020년까지 에이즈 사망자가 6천8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는 세계적으로 이미 2천만명을 넘어섰다. 미 에이즈.성병.결핵예방센터의 부소장인 론 발디세리 박사는 중국과 인도 같은 인구대국에 에이즈가 일단 발생하면 확산속도가 폭발적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CDC는두 국가의 에이즈 상황이 통제불능에 이르기 전에 사전조치를 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뉴욕 UPI=연합뉴스) jin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