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생산량을 하루 5백만배럴 범위내에서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유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최근 3년간 OPEC의 목표는 유가를 배럴당 25달러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현재 국제유가가 배럴당 26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보면 이 목표는 성공한 셈이다. 중동지역 산유국들은 전세계 원유 매장량의 65%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매장량이 아니다. 세계 석유시장을 어느정도나 장악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원유 판매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 비(非)OPEC 국가들은 이런 점에서 OPEC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OPEC이 지나치게 '가격'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런던에 위치한 투자회사인 바지 에너지의 메디 바지 사장은 "OPEC국가들이 단기적 목표달성에만 힘을 쏟고 있다"고 비판했다. OPEC 국가들이 지금은 생산량 통제로 높은 이익을 챙기고 있지만 결국엔 비OPEC 국가들과의 경쟁에 뒤처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석유개발회사들이 OPEC의 산유량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OPEC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OPEC은 석유 수요를 늘리려면 산유량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의 하루 산유량에 1백만배럴을 추가하면 유가는 20달러로 하락하겠지만 세계 경제 활성화와 그로 인한 석유수요 증가로 OPEC 회원국과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OPEC 국가들은 경제 및 재정상태로 볼때 원유생산을 늘려야 할 입장이다. 하지만 OPEC 회원국이라는 이유로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OPEC은 외국으로부터의 기술과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여론은 외국기업의 석유개발사업 참여를 반대하고 있으며 관료 역시 국부의 원천인 석유에 대한 통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이다. 2백5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 가스전 개발사업에 엑슨모빌 로열더치쉘 BP 등 외국 석유업체들이 참여했지만 많은 마찰이 발생했다. 어느 지역을 선택할 것이며 수익은 어떻게 나누는지 등에 대해 사우디와의 잦은 의견 충돌이 일어났다. 이런 사정으로 석유회사들은 매장량은 적지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국가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들은 카스피해 연안지역이나 멕시코만 앙골라 등의 지역에 수십억달러를 잇달아 투자했다. 비OPEC 국가들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OPEC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999∼2000년 42%에서 올해는 39%로 줄었다. 멕시코만이나 카스피해 연안지역의 원유생산이 본궤도에 오르면 점유율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OPEC 내부에서도 자신들이 과연 '이기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OPEC의 규정을 깨고 외국 투자자를 끌어들여 생산량을 늘릴지 모른다는 관측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일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어쩌면 OPEC이 단기적 이익에만 눈이 멀어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