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ECHR)는 11일 영국법이 성전환자들의 사생활과 결혼에 관한 권리를 침해했다는 영국인 성전환자들의 주장을 수용, 영국정부로 하여금 이들에게 6만2천유로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이로써 44개 유럽회의 회원국 중 아일랜드, 알바니아, 안도라와 더불어 성전환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던 영국에서 성전환자들의 인권개선 움직임이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지난 84년부터 여성으로 살고 있는 크리스틴 굿윈(65) 등 2명은 성전환 전(前)연인과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출생신분증에 성전환 사실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영국법이 성전환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ECHR은 판결문에서 "성전환자들을 부조리한 상태로 내모는 사회적 현실과 제도사이의 갈등으로 사생활이 심각히 침해될 수 있다"며 "큰 대가를 치러가며 자신의 성정체성을 따른 사람들이 존엄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도록 사회가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성전환자들의 결혼문제와 관련, "성전환자들도 결혼권을 즐길 권리가 있으며 이를 막는 것은 어떤 환경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ECHR 판사 17명이 만장일치로 내린 이날 판결로 영국이 성전환자들의 법적권리를 최대한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인권운동가들은 기대했다. 이미 성전환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영국 정부는 유럽회의 참가국으로써 ECHR의 판결을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스트라스부르 AP=연합뉴스)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