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사일 수출과 핵무기를 안보용으로 보다는 협상카드로 이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량파괴무기 확산에 대한 3회 특집 마지막회에서 '주체조선'이라고 쓴 3개의 미사일이 '서울, 워싱톤, 도꾜'라고 쓴 비행기를 향해 조준된 그림 아래 '타격목표는 명백하다'고 쓰인 북한 포스터 사진과 함께 이같은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판문점에서 북한군과 미군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세계 최대의 경제규모와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파산한 나라로 국민은 굶주리고 경제는 엉망이 돼있는 북한간의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북한을 대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강대국과 실패한 국가간의 거래라는 사실을 알기가 어렵다고 신문은 말하고 이는 바로 북한의 제한없는 군국주의와 치명적인 무기개발의 효과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신문은 말하고 북한과 협상을 한다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준다는 것을 의미하고 북한과 대결한다는 것은 군사적 분쟁의 위험과 휴전선에서 불과 25마일(40㎞) 이내에 있는 서울의 파괴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의 일부로 지목했으면서도 미국 관리들이 올 여름 북한과의 협상일정을 잡으려고 하는데서 잘 나타난다고 신문은 말했다. 신문은 경남대학교 함태영 교수의 말을 인용, "김정일은 미사일 수출과 핵무기를 안보용으로보다는 협상카드로 이용하고 있다. 북한은 안보문제를 이용하는데 매우 능란했다"고 전했다. 함 교수는 또 북한이 부분적으로는 재래식 전력의 약화를 감추기 위해 대량파괴무기를 끈질기게 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의 대북한 정책은 경수로 제공 합의 등 협상으로 이어졌다고 신문은 말하고 그러나 이같은 접근이 미국과 우방의 양보만을 초래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고 전했다. 스미스리처드슨재단의 마틴 스틀메키 부소장은 "우리는 북한에 우리의 이익을 침해하고 그 대가로 보상까지 받도록 하는 놀라운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과 대결하는 것은 큰 대가를 수반한다고 신문은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핵확산금지 담당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아인혼 전 차관보는 "북한은 서울이 사거리안에 들어오는 대포를 휴전선에 다수 배치하고 있다. 그들이 그토록 위험한 것은 실수없이 수십만명의 인명을 살상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신문은 고도의 핵무기 포커게임은 지난 93년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을 탈퇴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북한의 탈퇴발표가 소련이라는 보호자의 붕괴 이후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대량파괴무기를 개발중인 것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 94년 대량파괴무기 개발 동결에 동의할 때까지 1-2개의 핵폭탄 제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생산했으며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계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미국은 또 북한의 미사일 개발계획이 미국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지난 98년 북한이 일본 상공으로 대포동1호 3단계 중거리 로켓을 시험발사했을때 제3단계는 실패했으나 그 존재자체가 미국 정보기관을 놀라게 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지난 98년 발사된 미사일은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북한이 일본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는 강한 신호를 보냈고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냈다"고 함 교수는 말했다. 대포동 1호의 제3단계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계획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신속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는데 이용됐다고 신문은 말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보고서는 "핵무기 크기의 탄두를 장착하고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다단계 대포동 2호가 시험비행 준비를 마쳤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신문은 미국의 우려는 북한 자체의 개발계획에만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아인혼은 "북한이 불량국가로 간주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이란과 같은 나라에 미사일을 수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세계 제1의 미사일 기술 확산자이며 북한은 돈을 지불하는 나라면 아무 차별없이 미사일을 판매한다"고 아인혼은 말했다. 파키스탄과 이란이 모두 북한의 사정 1천350㎞ 노동 미사일을 구입했으며 이들 3국 과학자들이 개발에 협력하고 서로의 발사실험에 참석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신문은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사정은 다르다며 판문점에서 만난 북한군 장교는 "2천300만 북한주민이 한국을 식민지화한 제국주의 강대국에 맞서 한국인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북한군 장교는 "누가 평화를 파괴하고 누가 악의 축인가. 바로 다름아닌 미국이다. 수천마일 떨어진 우리나라로 군인들을 보내고 핵무기를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 미국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모두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왜 우리만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