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전(前) 대통령이 무색할 정도로 역사상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가 연이어 터져나오는 기업부정 스캔들로 퇴색 위기를 맞고 있다고 영국 BBC 인터넷판이 9일 보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4분의 3은 부시 대통령에 적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이런 유례없이 높은 지지도는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부시 대통령의 진솔하고 단호한 모습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이런 이미지는 미국민의 정치적 의제가 전쟁에서 기업부패로 옮겨가면서 서서히 구겨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에 대한 미국민들의 지지도는 여전히 높았지만 경제 분야의 능력과 기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3분의 1 정도만이 "할수 있는 일을 다하고 있다"고 대답할 정도로 회의적인 시각을 표출하고 있다. 이같이 경제분야와 관련한 회의적인 평가가 점증하고 있는 것은 부시 대통령 자신이 주식 내부자 거래 의혹에 휩싸여 있는데다 2인자인 딕 체니 부통령은 회계부정의혹의 한 가운데에 서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부와 기업인에 대한 평가기준이 유럽이나 아시아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하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하지만 일련의 기업부정 사례는 구체적인 경제적 피해를 낳고 있어 사태를 낙관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형 연기금들 가운데 대다수가 회계부정 사실이 밝혀져 주가가 폭락한 에너지 기업 엔론의 주식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이는 곧바로 연금 생활자들의 생활고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미국민들이지만 이런 관대함이 '비난받아 마땅한 짓'을 용인하는 것은 아닌데다 큰 손실을 본 연금 생활자나 주식투자자들이 회계부정을 저지르면서도 엄청난 부를 쌓은 엔론이나 월드컴 경영진을 보며 엄청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최초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가진 대통령으로서 기업규제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지만 기업부정이 계속되는데도 이런 태도를 유지한다면 행동이 나쁜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친구들만을 옹호하려는 완고한 기업가와 같은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주게돼 진정한 정치적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창섭기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