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남단에 있는 월가의 상징 뉴욕증권거래소.이 건물 남쪽 길 건너편에 리전트월스트리트호텔이 있다.


금융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월가의 상징물중 하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이 호텔을 찾았다.


'더 좋은 뉴욕을 위한 단체'의 모임에서 연설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의 월가 연설은 주가폭락이 더 이상 방관키 어려운 상황이란 판단에서 급조된 것이다.


기업 분식회계 파문으로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 회복시켜야 겠다는 생각에서다.


'기업편'인 공화당 행정부가 그동안 이 사건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20분짜리 연설은 오전 11시반쯤 시작됐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높은 도덕적 기준"이라며 "투자자 신뢰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기업회계부정이나 사기행위를 전담하는 '특별기구(SWAT)'를 만들고 기업사기범에 대한 법정 최고형량을 10년으로 두배 이상 늘리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강세를 보이던 주가는 연설이 진행되면서 약세로 돌아섰고,대통령이 단상을 내려올 때는 낙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다우와 나스닥은 심리적 저항선으으로 여겨지는 9,100선과 1,400선이 모두 무너진채 우울한 하루를 마감했다.


월가 분석가들은 "일반투자자들은 강력한 회계관련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되기 이전인 경영자 시절 분식회계 의혹을 사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얼마전 메릴린치증권 애널리스트들의 부정행위를 조사해 이름을 떨친 월가의 파수꾼 엘리어트 스파이저 뉴욕 검찰총장도 "기업들의 회계문제는 단순히 몇몇 경영진을 감옥에 보내는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룰을 바꾸는 데 있다"며 "대통령이 실질적인 개혁방안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기업들의 신뢰'를 강조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는 실패했고,투자자들의 한숨소리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