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이 현지 이민국에 한국 교민이 35일 째 억울하게 감금돼 있음에도 불구, 침묵으로 일관해 교민보호 의무를 소홀히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도네시아 이민국은 지난 달 3일 자카르타에서 목재수출업을 하는 A씨가 체류비자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는 이유로 외국인 수용소에 감금한 뒤 8일 현재까지 풀어주지 않고 있다. A씨가 지난 3월 체류비자 연장 허가서를 발급받을 당시 자신이 설립한 회사 명의 사장인 현지인이 한 달 전인 2월에 숨졌음에도 불구, 이를 이민국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현지인 사망 이전에 비자 관련 서류를 이민국에 제출했기 때문에 후견인 신분 변동 사항 고지 의무를 규정한 이민법 39조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외국인 수용소에 감금된 뒤 한 이민국 관계자가 1억5천만루피아(2천만원)의 뇌물을 주면 풀어주겠다고 제의해 석방 후에 생각하자고 답변했다가 지금까지 강제 억류됐다고 주장했다. 한국 대사관의 영사과는 지난 2일 이같은 사실을 알고 사흘 뒤인 5일 A씨의 주변 인물과 처음으로 접촉해 억류 경유를 설명들었으나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민국은 지난 달 6일 A씨의 강제 추방을 결정했으나 지난 4일에야 대사관에 이를 통보, 외국인 강제 추방 시 관련국 공관에 즉시 알리도록 한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을 위반했음에도 불구, 이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조건희 영사는 "구금 경위를 파악하고 대사에게 보고하느라 대응이 늦었다. 이번 주내로 이민국장을 만나 `강제 추방은 너무 가혹한 조치인 만큼 신병을 풀어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 영사는 또 A씨가 체류연장 과정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없는데도 강제추방이 결정되고 이 사실이 공관에 늑장 통보된데 대해 이민국에 항의해야하지 않느냐는 지적과 관련해 "외교 관례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답변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했다. A씨의 동업자 김모(31)씨는 "외국에서 누구 하나 의지할데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대사관의 조치를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강제추방이 끝내 강행된다면 이민국 등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민 김모(42)씨는 "과거에는 매주 한번씩 이민국과 교도소 등에 한국인 감금사실을 확인, 구금자가 있으면 즉시 대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영사는 한 달간 교민의 억류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다가 뒤늦게 무대응으로 일관해 교민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 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한편 한국 대사관은 교민들의 이민국 및 범죄 관련 사건이 늘어나자 금년 초 경찰관 1명을 본국으로부터 지원받아 경찰 관련 민원을 맡겨 외무부 출신 영사의 이민국 관련 업무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