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과 연이은 미국의 특사파견 철회로 조성된 미국-북한 간 냉기류가 극적 돌파구 마련이 없는 한 예상외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와 상하원 의회는 이달 말부터 사실상 하계 휴가 및 휴회로 하한 정국에 돌입하는데다 공화, 민주 양당은 9월 정국 시작과 함께 오는 11월의 중간선거 결전에 대비한 선거준비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워싱턴 정국은 외치보다 국내정치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대북강경 노선을 견지하는 부시 행정부는 특히 서해교전을 북한측의 "무력도발"로 규정하고 이번 사건 배후에 미국측이 개입했다는 북한측 주장을 한마디로"어이없는 날조"로 간주하며 강경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 미-북대화 재개의 새로운전기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7일 북한측이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서해교전에 대한 미국측 사과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그 같은 북한측 주장은 그렇지 않아도 불신에불신을 거듭하는 김정일 위원장 체제에 대한 미국의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미국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의 신뢰 조치가 전제되지 않는 한 미-북관계 냉기류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북관계 개선 계기의 일환으로 오는 31일 브루나이에서 개막하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지역포럼(ARF) 외무장관 회담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백남순 북한 외무상의 회담 참석도 불투명한데다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북한측태도조차 완강해 백 외무상이 회담에 참석하더라도 서해교전으로 조성된 부시 행정부의 "받아들일 수 없는 분위기"가 바뀌기는 쉽지 않는다는 게 워싱턴 관측통들의일반적 분석이다. 부시 대통령을 정점으로,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라이스 백아관 국가안보좌관 등 부시 행정부내 보수우익 강성기조의 국가안보 수뇌부는 9.11 테러참사 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기본 철학에 전혀 변화가 없어 북한이 대화상대로서 신뢰가 수반되지 않는 한 미-북대화에 조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