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광고주들이 뉴스 전문 케이블TV방송인CNN의 존재이유라고도 할 수 있는 속보시간대에 광고를 꺼리고 있어 CNN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CNN이 명 여성앵커인 카니 정을 영입해 좀 더 부드러운 뉴스와 인터뷰 및화제기사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나 그에 앞서 폭스뉴스의 폴라 잔을 스카우트해 딱딱한 이미지를 최소화하려는 것도 다 그런 배경에서 출발한 것이다. 5일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광고주들은 이제 항공기사고나 산불 또는 자살폭탄테러 관련 뉴스 등을 긴급히 보내는 속보시간대에 자사광고를 하는 것을 원치않고 있다. 특히 유혈사태 관련 뉴스 등을 보도하는 시간대의 광고는 외면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아주 중요한 광고주인 투자펀드회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다른시간대와는 별도로 계약을 맺는 CNN의 속보시간대 광고시간을 사면서 조건을 달았다. 대통령선거를 포함해 전국적인 관심이 되는 정치 관련 속보 등을 전하는 뉴스시간대에는 유료광고를 하되 테러, 암살, 자연재해, 항공기충돌과 같은 사건.사고의속보시간대에는 광고를 내보내도 광고비는 내지 않겠다는 것. 광고주들은 그러한 시간대의 광고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회사 이미지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CNN은 최근 TV광고의 급감추세 속에 다른 언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일부 CNN 프로 광고비가 25%나 줄어드는 현상이 생겼으며이로 인해 CNN 뉴스그룹의 광고매출은 11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사상 처음으로 1억달러나 줄어드는 결과가 빚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속보가 CNN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는 점. 지난 22년간 많은 시청자들은 속보뉴스는 CNN을 통해 보는 것이라고 인식해 왔고 그같은 인식 때문에 전세계 31개국에 ABC, CBS, NBC 등 3대 공중파방송의 특파원을 합친 것에 버금하는 규모의 특파원들을 유지해 왔는데 그 분야의 광고수입이 줄어들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광고주가 속보시간대를 외면하는 것에 대해 월 스트리트 저널은 그 문제가 CNN에만 어려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CNN을 통해 세계에서 벌어지는 뉴스속보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