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은 미국이 2백26번째 맞은 독립기념일.우리로 치면 광복절로 1년 중 가장 성대한 잔치가 벌어지는 날이다.


뉴욕 등 주요 도시는 물론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도 화려한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등 다양한 축하 행사들이 치러진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예년과 사뭇 달랐다.


뉴욕시 상공에는 평소 날렵하게 날던 관광객용 헬리콥터 대신 덩치 큰 군용 헬기가 맴돌았다.


거리에는 경찰병력이 크게 늘었고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모든 다리와 터널에는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섰다.


FBI 등 관계기관에서 잇따른 테러 경고가 나온 탓이다.


지난해 9·11테러가 발생한 바로 그 맨해튼에서 열린 불꽃놀이를 보러 간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는 보도도 있다.


테러에 대한 강박관념은 요즘 뉴욕시민들의 인사말에도 잘 드러난다.


통상 휴일을 앞둔 이들의 인사말은 "즐거운 휴일을 보내세요(해피 홀리데이!)"였다.


그러나 요즘은 여기에 한 단어가 더 들어간다.


"즐겁고 안전한 휴일 보내세요(해피 앤드 세이프 홀리데이!)"이다.


프라이스클럽으로 알려진 코스트코 등 많은 상점들이 매장에 이같은 문구를 붙여 놓고 있다.


하지만 세계 증권시장의 중심인 월가 안으로 들어가 보면 테러에 대한 뉘앙스가 조금 달라진다.


여기선 '9·11'같은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아니라,미국 내부에서 곪아 터지는 기업들의 스캔들을 더 우려하고 있다.


'엔론에서 월드컴까지'눈덩이처럼 불거지고 있는 분식회계 파문과 일부 CEO들의 마비된 도덕성은 테러보다도 회복하기 어려운 '미국 경제의 암'이란 말까지 나온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만일 9·11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가 정말로 미국 경제를 붕괴시키려 한다면 자살특공대보다 회계사들로 가득 채운 배를 맨해튼 항구로 보내는 것이 더 파괴적일 것"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조차 유행할 정도다.


안팎으로 커다란 시련을 맞고 있는 미국 증시가 쉽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이래저래 어수선한 독립기념일을 맞은 미국인들을 더욱 착잡하게 만들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