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오폭 사건을 계기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반미감정이고조되고 있다. 미국인들을 탈레반 정권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해준 '해방자'로 여겨왔던 아프간인들이 잇따른 미군의 오폭으로 민간인 희생이 커짐에 따라 미군의 역할에 의문을갖기 시작한 것. 지난 1일 미군의 오폭으로 우르주간주(州)에서 민간인 40명이 숨지고 100명이사망하자 수도 카불 거리에서는 미국을 성토하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 상점 주인은 "우리는 미국인들을 우리의 해방자로 여겨왔다"면서 "그러나 곧점령자가 될지도 모르겠다"면서 "그들은 죽음이 아닌 평화를 위해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미국은 아프간에서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우리는 80년대 러시아인들과 싸웠으며 필요하다면 미국인들과도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법학과 학생은 "오폭사건이 또 다시 발생한다면 아프간인들은 정말로 미국인들에 대해 적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임시정부 수반은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미국은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사태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한 보석상 주인은 "대체 무엇이 '모든 조치'냐"고 반문한 뒤 "카르자이수반은 미국에 이번 일이 또 다시 발생한다면 떠나라고 말해야 한다"면서 "미국인들은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압둘라 아프간 외무장관은 수십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미군의 공격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간에 전운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압둘라 장관은 "아프간인들은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민간인이 숨지는 이번 상황은 아프간에 다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대 테러전을 중단하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그러나 "이러한감정(반미감정)이 고조된다면 아프간 평화에 매우 나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아프간 공동 진상조사단은 3일 우르주간주 현장을 방문해 조사에 착수했다. 그레고리 뉴볼드 미 해병대 중장은 기자들에게 미군의 책임이라고 단정하기에는아직 이르다고 밝히고 부상자 21명에게 의학적.정신적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뉴볼드 중장은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아직 보고서를 받지 못했다"면서 "정확히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구체적으로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카불 AP=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