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 바덴 뷔르템베르크주(州)에서 1일 자정(현지시간)께 보잉 757 화물기와 공중 충돌한 러시아 투폴례프(Tu) 154 여객기는 지난해 10월에도 러시아 서남부 흑해(黑海)상공에서 폭발하는 등 그동안 적잖게 항공참사를 겪었던 수난의 기종이다. CNN은 지난 10년간 투폴례프 154기 사고로 600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집계했다. 길이 47.9m에 양 날개를 포함한 폭 37.5m로 승객 156∼180명을 태울 수 있는 중형 항공기인 투폴례프 154기는 3대의 솔로비에프 D30KU 엔진 또는 쿠즈네초프 NK-8 엔진을 장착하고 있으며 지난 68년 10월3일 처음 취항했다. 25년 간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의 주력 기종으로 활약해 왔으며 지금까지 923대가 만들어져 현재 530대가 운항 중이다. 투폴례프 154기는 그동안 총 28대가 사고로 소실됐으며 기술적 결함보다는 조종사의 과실 등에 의한 사고가 많았다. 항공기 자체의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2건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80년대에는 아프가니스탄과 그루지야, 레바논 등지에서 내전과 테러공격의 대상이 되면서 5대가 피격되기도 했다. 지난 82년 러시아 옴스크 공항에서는 눈보라가 몰아치던 상황에서 비상 착륙을 시도하던 중 미처 활주로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던 6대의 제설기와 잇따라 충돌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있었다. 96년 8월에는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섬에서 산에 부딪혀 승객 141명이 몰사했으며 지난해 7월에도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로 143명이 사망했다. 가장 최근의 사고는 작년 10월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러시아 노보시비리스크로 향하던 정기 여객편이 흑해 상공에서 폭발해 탑승자 78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며 당시 이 사건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측의 미사일 격추설이 제기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외교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국제항공공사 등에서 쓰고 있는 투폴례프 154기를 전량 회수해러시아 사마라에 있는 공장으로 넘겨줘 다음 달까지 전면 개보수 작업을 하도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