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상설 전쟁범죄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난 1일 공식 출범하자 세계 100여개국은 '인류정의사에 기록적인 일"로 크게 환영했다. 세계 각국은 특히 '면책권'을 요구하며 ICC 출범에 반대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ICC가 향후 전쟁범죄와 같은 반인류적 행위를 처벌하고 기소하는 임무가 충실히 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재판소는 내란이나 전시중 `인종청소'와 같은 대량학살과 집단강간 및 고문 등과 같은 전쟁범죄, 반(反) 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해당 국가가 처벌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을 경우 이를 기소하고 재판을 진행하게된다. 2주간의 일정으로 열린 재판소 활동위원회 개막식에 참석한 100여개국 대표들은 지난 1998년에 마련된 로마조약의 발효로 ICC가 출범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주범인 나치와 일본 전범을 처벌하기 위한 뉘른베르크 및 도쿄 전범재판소 이후 가장 위대한 국제법적 진보로 규정했다. 유엔주재 덴마크 대사인 엘렌 마크레테는 로마조약을 비준한 15개 유럽연합 국가를 대표해 "지난 20세기는 인류역사상 가장 처참한 범죄를 겪었지만 불과 몇 명의 가해자만이 정의의 심판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이제 신뢰할 수있고, 공정하며 효율적인 이 상설 재판소는 어떤 범죄도 예외없이 처벌하는 억제장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조약은 1일 호주로부터 75번째 비준을 받았다. 당초 미국은 빌 클린턴 전미국대통령 당시 로마조약에 서명했으나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지난 5월 ICC 출범에 반대하며 비준을 거부해왔다. 이날 회의에도 미국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은 다른 우방국들과 달리 보스니아 등에서 활동중인 평화유지군에 대해 '면책특권'을 주지 않을 경우 ICC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있다. 지난 30일 밤 안보리에서 유엔의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 연장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세계 전역의 평화유지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한 `국제형사재판소를 위한 연대'의 윌리엄 페이스회장은 "미국은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 연장안을 로마조약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페이스회장은 또 "문제는 단순히 평화유지활동과 연결된 것이 아니다. 이는 미국방부와 의회, 그리고 부시 행정부내에서 ICC 창설에 반대하는 극단적인 보수파들에 의한 이념적인 반대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 의장인 유엔주재 캐나다 대사인 스웨덴 필립 커쉬는 미국의 거부권행사를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없는" 행위로 규정했다. 이 재판소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해당 국가가 법정에 세울 의지가 없거나 세울 능력이 없을 경우가 아닌한 개입할 수없도록 안전장치를 해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인 리처드 홀브루크도 보스니아에서 평화유지활동 중인 미국인이 위헙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이런 일이 계속되면 보스니아뿐 아니라 코소보나 동티모르, 아프리카,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유지활동도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본부 AP=연합뉴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