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불장군식 '일방주의' 외교행보가 또 다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인류의 공동가치에 맞서 `자국이기주의'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제사회에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가장 큰 비난의 발단은 반인류적 범죄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상설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자신들이 요구하는 '면책권'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해서 유엔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 연장안에 대해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한데서 비롯된다. 유엔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UNMIBH)이 6월30일 자정을 기해 종료됨에 따라 유엔 안보리가 재연장 결의를 하려했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라는 암초에 부딪힌 것. 미국을 제외한 14개 안보리 이사국들은 당황하면서 긴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일단 3일간 활동을 연장하기로 방편을 마련했으나 미국의 입장이 완고해 자칫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은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중동정책도 불만의 집중 표적이다. `피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결을 막겠다고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내놓은 중동평화안이 오히려 대미(對美) 비난의 뇌관으로 작용했다. 분쟁의 종식은 커녕 새로운 불씨를 제공하는 부시대통령의 `오만함'이 국제사회를 자극한 것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야세르 아라파트의 축출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평화안에 대해 팔레스타인은 물론 유럽연합 등 미국의 주요우방국도 등을 돌리고 있다. 한마디로 양측을 화해시키겠다고 나서면서 한쪽의 수장을 쫓아내겠다는 속셈이 드러난 셈이다. 안보리에서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난여론도 만만치 않다. 당장 같은 안보리 이사국인 프랑스의 유엔주재대사인 장 다비드 레비트는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위협"이라고 미국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 보스니아 등 관련 당사국들도 미국의 위험한 행보에 가슴졸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거부권 행사' 사태와 형평성 잃은 중동평화안으로 인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왕따'되고 있는 분위기다. 오죽하면 미국의 관리조차 "우리는 지금 이순간 우방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없는 사람"이라고 토로할 정도.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를 경악시킨 지난해 `9.11테러'를 응징하는 취지는 수용할 수있었지만 일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골라 공격을 감행한 것이나, 북한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을 '악의 축'에 포함시켜 미국의 공격대상으로 거론하자 유럽연합이나 해당국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국제외교의 기본인 `다자주의의 복원'을 주창하고 나선바 있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최근 비난은 대체로 부시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의 외교행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장이 조셉 나이는 한 신문 기고에서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부시 후보가 한 연설에서 "미국이 무례하게 굴면 우방은 우리를 고깝게 볼 것이고, 우리가 겸손하면 경의를 표할 것"이라는 말을 상기시키며 일방주의에 일침을 가했다. 조셉 나이는 "국제적 규범은 미국에게 무제한적인 '행동의 자유'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면서 "모든 국가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국제 이슈들은 다자주의적 접근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해 미국은 적극 해명하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생각이 다른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우리는 일방주의라는 비난을 들어왔다"면서 "그러나 이런 비난은 우리의 행보를 뒤 흔들어대는 저주"라고 말했다. 파월장관은 `거부권 행사'로 암초에 부딪힌 보스니아 안건에 대해 "3일간의 시간을 활용해 우방과 합의할 수있는 해결책을 모색하길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월장관은 "이런 일방주의 비난에 대해 해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고 나서는 등 미국의 `원칙고수'도 천명, 향후 사태수습이 간단치 않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일방주의의 뿌리가 부시 대통령의 철학에서 비롯된 만큼 파월장관 등 참모들의 태도를 보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여기에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국내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ICC사태와 아라파트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서 미국의 고립감을 달래주고 있다. 일각에서 미국의 `푸들강아지'로까지 비하되고있는 블레어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일부 의원들이 미국의 최근 행보를 문제삼자 "기후변화협약이나 철강관세 등 의문제에서 미국과 이견이 있었으나 영국과 미국의 관계 전반은 매우 굳건하다"고 답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