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골프경기에서 상대방을 속인 경험이 있으나 스스로는 자신을 정직한 골퍼이자 기업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국의 레저업체인 스타우드 호텔스 앤 리조츠가 최근401명의 기업체 고위간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전체의 82%가 골프경기 도중 상대방을 속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주로 경기도중 자신의 공을 치기좋은 자리에 슬쩍 옮겨놓거나 잘못친 타수를 계산하지 않아 총타수를 낮추는가 하면 심지어는 상대방의 공을 몰래 벙커에 차넣기도 한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스스로 골프경기에서 정직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별도의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의 99%가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다른 사람이 속임수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전체의 82%가 `싫다'고 답해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또 전체의 67%는 골프에서 속임수를 쓰는 사람은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정작 99%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사업활동에 있어서 정직한 사람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기업체 간부들의 심리를 연구하고 있는 켄 시겔 심리학자는 "거짓말을 하는 간부들은 자신을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무엇이 정직한 것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겔 박사는 "거짓말은 점점 규모가 커진다"며 "우리는 이같은 사실을 사회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타이코와 엔론도 같은 경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같은 지적에 따라 골프장에서의 매너를 보고 사업상에 중요한 가치판단 기준으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한 은행장은 기업대출시 골프장에서 이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대출의 경우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는 기회가 있거나 어려움을 당했을 경우로 이는 골프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10달러짜리 내기골프를 통해 100만달러 대출상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우드의 CEO이자 골퍼인 배리 스턴리치는 그러나 "골프에서의 속임수가 사업습관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들은 속임수가 어떤 경우에 용납되고 안되는지에 관해 암암리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전체의 87%는 내기골프를 한차례 이상 친 경험이 있으며평균 내기금액은 589달러(약 76만원)로 나타났다. 또 연수입이 25만달러 이상인 간부들의 경우 평균 내기금액은 1천947달러(약 25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