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벤처기업가로 알려진 이종문 암벡스그룹 회장은 얼마전 "미국에 사는 재미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의외의 답을 주었다.


"뉴욕타임스 일요판을 읽는 것"이란다.


기자는 잠시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


거의 1백페이지에 걸쳐 발행되는 뉴욕타임스 일요판은 경제 등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가장 잘 알려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자타가 공인하는 '넘버원'신문인 것도 바로 이 일요판 덕분이다.


평일에는 신문을 읽지 않다가 특별히 일요판만 사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뉴욕타임스가 일요판 23일자에 '한국의 날' 특집을 실었다.


1면은 물론 메트로 스포츠 경제면까지 한국관련기사로 도배질했다.


웬만한 기업들이 광고하려면 수백만달러를 줘도 모자랄 정도의 지면이 할애됐다.


1면에는 한국의 4강 진출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히딩크에게 시민권을 주고,히딩크 동상을 세우고,히딩크의 날을 제정하자는 '히딩크 신드롬'을 자세히 소개하면서,4강에서 맞붙는 독일이 힘든 경기를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 지방판 성격의 메트로 섹션에는 '플러싱의 붉은 악마'란 제목으로 거의 한면에 걸쳐 교포밀집지역인 이곳의 응원열기를 소개했다.


태극기를 든 거리 인파의 사진도 실렸다.


스포츠면에는 '한국은 지금도 큰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팀 킬러로 등장한 한국이 독일을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할 자신감에 차있다"고 전했다.


재미있는 것은 경제면.유명 경제인들의 동정을 다루는 난에 안정환 선수가 등장하고 있다.


소속팀인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방출되겠지만 영국이나 스페인리그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크고,국내에선 소망화장품의 광고모델인 그를 쓰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늘어난다고 자세히 적고 있다.


평소 뉴욕타임스의 한국관련 보도는 데모나 북한의 기아문제 등 다소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던 게 사실.그런면에서 이날짜 신문은 정말 이례적이다.


'무엇이든 잘하고 봐야 한다'는 게 이날 신문을 접한 교포들의 반응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