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발머(46)가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를 다시 만들고 있다. (Steve Ballmer is remaking the company that Bill Gates built)2000년초 게이츠로부터 최고경영자(CEO)의 바통을 이어 받은 발머는 최근 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발머 메모'를 전하고 본격적인 개혁작업에 나섰다. '발머 메모'는 1995년 '게이츠 메모'에 버금가는 기업혁신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이츠 메모가 '인터넷시대를 선도해 나갈 MS의 변신'을 담았다면 발머 메모는 '21세기 거대기업으로서 MS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발머 개혁의 화두는 '조직의 시스템화와 권력분배'다. MS는 지난 1975년 창립 이후 기술개발에서 경영전략까지 게이츠 회장에게 크게 의존해 왔다. 그러나 기업규모가 커지고 산업이 성숙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조직이 결정권을 갖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발머의 주장이다. 그는 "1인 체제와 같은 소규모 기업 운영방식으로 MS를 운영해나간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강조한다. 발머는 재정 및 운영 권한을 7개 부문별 책임자에게 과감히 이양했다. 또 관리자 교육 프로그램과 예산관리 및 제품개발 과정의 효율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했다. 직원들의 일체감 조성을 위해 'MS 리더십'이라는 집합교육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발머는 메모에서 직원들에게 "이전 방법을 답습하지 말고 능률향상을 위해 창의성과 잠재력을 개발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라"고 주문했다. 발머는 또 '게이츠의 비타협성' 및 반독점소송으로 얼룩진 이미지와 IT업계와의 불화를 해소하고 소비자와 업계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발머는 지난해말 법무무와 5년간 끌어온 반독점소송에서 합의안을 도출했고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회계조작문제도 해결했다. 발머의 개혁에 대해 게이츠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게이츠 자신이 MS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전권을 오랜 친구인 발머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게이츠는 "발머가 서열 1위고 나는 2위"라며 "모든 최종 결정은 발머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