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회담 폐막일인 22일 세계화와EU의 불법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각지에서 잇따랐다. 회담장소인 세비야에서는 70여개 단체의 연합체 '세비야 사회 포럼'이 조직한 시위에 유럽 각지에서 온 10만여명의 시위대가 동참, 3시간 동안 시내를 행진하고 반세계화 콘서트를 여는 등 23일 아침까지 시위가 계속됐다. 이날 저녁 약 2시간에 걸쳐 수십만명이 세비야 거리에서 반세계화대회에 참석해 북을 치고, 호각을 불고 춤을 추고 행진을 벌였다. 지난 3월 바르셀로나 대회와는 달리 이번에는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스페인-포르투갈 국경에서는 500명의 포르투갈 좌파 시위대가 버스로 국경을 넘으려다 경찰에게 저지당했는데 포르투갈 언론들은 이들이 곤봉등으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인으로 구성된 수십명의 반세계화론자들은 이날 결혼예식이 진행되던 시내중심의 유서깊은 성당을 점거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세비야 외곽에 위치한 스페인 국영 은행 지점에서 10명의 세계화 반대 시위자들이 개도국에 대한 부채완화를 주장하며 나체 시위를 벌였다. 세비야시 당국은 시위진압과 각국 정상 경호를 위해 약 1만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해 경비를 강화했다. 그러나 1천500여명의 경찰은 경찰이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는 노동조합의 인식에 따라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스페인은 EU 정상회담 개최 기간 동안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의 사회보장개혁에 반발하는 최대규모의 총파업과 바스크 분리주의자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테러, 잇따른 시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세비야에서 EU 정상들이 불법이민 방지 대책을 논하고 있는 동안 22일 런던에서는 민권단체와 망명요구자들이 모여 영국의 망명요구자 처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5천여명은 난민을 지지한다는 깃발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런던 중심가에서 임페리얼 워 뮤지엄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날 시위는 망명 및 이민법에 관한 정부 개정안이 하원을 통과한지 9일만에 나온 것으로, 개정안에 따르면 영국으로의 망명을 거부 당한 난민은 본국이나 중간 경유국에서 재심을 신청해야 하고 영국에 협조하고 영국법과 민주가치를 수호한다는 서약을 해야하며 의무적으로 영어를 배워야한다. (세비야.런던 AP.AFP=연합뉴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