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를 이탈한 경비행기 한 대가 지난 19일 백악관에 위험할 정도로 근접, 전투기들이 발진하고 백악관 직원들이 대피하는 일대 소동이 빚어졌으나 정작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는 피신은 커녕, 이같은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CBS뉴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날 저녁 해질 무렵 항로를 이탈한 세스나 182 경비행기 한 대가 9.11 테러 이후 비행제한구역으로 지정된 백악관에서 6㎞ 밖에 안되는 지점까지 접근해 버지니아주 랭글리 공군기지로부터 두 대의 F-16기가 발진, 11분만에 이 비행기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로 유도해 착륙시켰다는 것이다. 매서추세츠로부터 노스캐롤라이나로 가던 문제의 비행기 조종사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지는 않았으며 단순히 악천후를 피해 항로를 우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대통령을 대피시키거나 통보할 필요가 있는 상황까지 가지도 않았다. 대통령은 오늘 아침에야 이런 일이 있었는지 알았다"고 말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어떻게 대통령과 직원들에게 서로 다른 안전기준이 적용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SS는 사람을 대피시킬 때 신중을 기한다면서 "대통령은 분명 백악관에서 가장 안전하게 모셔야 할 사람이지만 대통령에 대한 위협은 없었다"고 답변에 궁색한 모습을 보였다. 대피 당시 백악관 서관에서는 CBS의 마크 놀러 등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일하던 중 대피명령을 받았다. 백악관 비밀경호대(SS) 측은 설사 이 비행기가 위협을 가해왔다 하더라도 옥상의 무기 등 퇴치수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세히 밝히기는 거부했다. 한편 짐 매킨 SS 대변인은 최근 수주 동안 백악관 주변 상공에서 수십건의 비행제한구역 침범사례가 있었으나 지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면서 19일의 대피소동은 세스나기 조종사가 지상관제사의 긴급 주파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