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나폴레옹이라면 지난달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자크 시라크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다.

그는 통솔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특성은 무엇보다 운(luck)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시라크는 확실히 프랑스에서 가장 운 좋은 정치가 가운데 한명이다.

그가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공로자는 대선 2차선거에서 좌파의 메인 후보를 눌러버린 극우파 지도자 장 마리 르펜이다.

지난 9일과 16일 두차례 치러진 총선에서도 시라크의 운은 지속됐다.

지난 대선 이후 남아있는 '극우파 역풍'에 힘입어 시라크는 내각과 의회까지 장악하게 됐다.

중도우파의 압승은 떠나버린 사회당 내각이 잘못 통치했기 때문은 아니다.

좌파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사회당 내각은 프랑스를 시장개방으로 이끌었고 집권기간중 유럽 경제대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실업자수를 25% 줄였고 세금도 깎았다.

또 이전 우익 정부보다 더 많은 국가자산을 매각했다.

의료나 교통분야 같은 공공서비스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오늘의 프랑스는 여러가지 면에서 성공작이다.

그렇다면 왜 프랑스 국민은 고장나지도 않은 기계를 고치기 위해 전혀 다른 이념적 성향을 가진 정치인들을 선택했을까.

첫번째는 사회당이 지난달 대선에서 극좌파 성향의 후보에 투표한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욱 좌파적인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회당은 민영화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자기모순의 혼란에 빠져들었다.

두번째는 1997년부터 지속돼온 '코아비타시옹'(좌우동거체제)의 힘겨루기가 의사결정 과정을 마비시켰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지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통령과 의회를 필요로 하고 있다.

끝으로 수년간 분열양상을 보였던 우파의 주류가 현재 좌파보다 훨씬 끈끈한 결속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시라크가 과도내각 총리로 임명한 장 피에르 라파랭은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러나 시라크와 우파내각이 파산위기에 몰린 연금제도와 터무니없이 비싼 의료보험료,과도하게 규제된 노동시장 등 프랑스의 긴급한 개혁대상들을 과감하게 뜯어고칠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새 내각은 또 사회당이 제시한 주 35시간 근무제에서 소규모 기업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조정작업을 벌여야하고 공공서비스가 기존보다 비싸지는 것도 막아야 한다.

정치와 공무원들의 연결고리를 차단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게다가 시라크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이민을 금지하고 이민자들을 비난하는 것이 최근 증가하고 있는 범죄를 막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설득해야 한다.

프랑스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이민자들을 사회 체제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그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을지는 의문시된다.

프랑스인들의 외국인 혐오증을 부추긴 게 '르펜 돌풍'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그동안 좌파와 우파의 정치엘리트들은 주요 현안들에 대해 엇비슷한 목소리를 냈고 무관심했으며 똑같이 썩어 있었다.

시라크는 좀더 분명한 색깔과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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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제대로 된 우파에게 기회를(Give the right sort of right a chance)'이란 제목의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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