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톨릭 주교단은 14일 성학대 성직자의 신도들과의 직접 접촉을 금지하되 성직자 자격은 그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주교단의 이같은 결정은 그러나 한 번이라도 미성년자 성적 학대행위를 저지른 사제는 성직에서 해임한다는 이른바 '불관용(Zero Tolerance)'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미성년 신자들에 대한 성직자들의 성적 학대 문제로 가톨릭교회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날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에서 288명의 주교들은 이같은 내용의 '어린이와 젊은이를 보호하기 위한 헌장'을 채택했다. 비밀투표에서 찬성 239, 반대 13으로 통과된 이 헌장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과거에든 향후에든' 성적 학대를 한 어떤 사제나 부사제도 미사 집전을 비롯해 교회학교에서의 가르치는 일에 이르기까지 성직자로서의 모든 활동이 영구적으로 금지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성직 자체를 박탈 당할 수도 있으나 그 결정권은, 주로 평신도들로 구성되는 사목위원회의 권고를 대행하는 교구장의 손에 달리게 됐다. 윌튼 그레고리 주교회의 의장은 이날 헌장 채택 후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 성직자들로부터 상처를 입은 사람들과 주교단이 성적 학대에 대한 혐오를 뒤늦게 인정한데 대해 사과하며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미국 주교단이 성직자 성추행과 관련해 미국 내 178개 주교관구에 모두 구속력을 미칠 전국적인 정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구속력은 앞으로 교황청의 승인을 받은 뒤 발효된다. 주교단은 당초 14일 오전까지는 성학대 유죄가 인정된 사제에 대해 `즉각' 추방키로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이를 `영구적' 추방으로 바꾸었다. 이는 성학대가 인정되지만 늙거나 쇠약한 사제와 혐의에 대해 본인들이 부인, 사법적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댈러스 AP.AFP.dpa=연합뉴스)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