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감격 시대!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세계적인 강호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16강전 진출이 확정된 14일 밤 홍콩 시내 곳곳에는 환호의 붉은 물결이 출렁였다. 또 6천800여 한국 교민만의 경사가 아니었다. 홍콩 주민들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중국의 참패로 '축구 후진국' 수모를 당해 온 아시아인들의 긍지를 살려준 한국의 사상 첫 16강 진출을 내 일처럼 즐거워했다. 다음은 '16강 진출 쾌거'에 대한 홍콩 교민사회의 반응. == 16강 진출은 제2의 광복 == 0... 무척 감격스러웠다. 손님 접대차 홍콩섬 다이너스티 클럽에서 식사를 하게돼 식당측에 TV 설치를 요청, 5-6명과 함께 지켜봤다. 주심의 종료 휘슬로 사상 첫16강전 진출이 확정된 뒤 모두 감격해했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 대부분 "이런 기쁨은 8.15광복 후 처음"이라며 환호했다. 홍콩 주민들인 식당 종업원들도 경기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부친 한국팀을 성원하면서 '한국 승리'를 점쳤다. 관저로 돌아오는데 택시들이 양쪽에서 내가 한국인으로 보인 때문인지 창문을 열고 '16강 진출'을 축하해줬다. 나도 창문을 열고 감사 인사를 보내면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 백인은 포르투갈, 아시아인은 한국 응원 == 0... 관저에서 함께 축구 경기를 지켜 본 파키스탄 출신 운전기사와 필리핀 출신의 가정부 등 알고 지내는 아시아인 대부분이 한국 대표팀을 대대적으로 성원했다. 백인들은 대부분 포르투갈을 응원하는 데 비해 아시아인들은 한국이 아시아인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에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한국이 월드컵을 계기로 아시아의 지주로 발돋움한 것 같아 너무 감격스럽다. == 선배들의 못 다 이룬 꿈 실현 == 0... 오늘 경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 완벽했다. 16강 진출의 감격을 어찌 다 얘기할 수 있겠나.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선배들이 못 다 이룬 꿈을 후배들이 이뤄준 것도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처럼 미드 필드부터 압박을 강화하고 수비에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면 18일 치러지는 이탈리아와의 8강전도 해볼 만하다. 내가 축구인이다 보니 축구 경기 종료 직후 지금 서울을 방문중인 아내(최숙.48)가 축하 인사를 해왔다. 소감이 어떠냐는 말에 "나는 축구인일 뿐"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감격을 대신했다. 후배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 == 붉은 악마 100여명 홍콩 중심가 휘저어 == 0... 홍콩 교민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카오룽(九龍)반도 침사초이의 홀리데이 인 호텔 선술집에서 목이 터져라 월드컵 중계를 지켜 본 100여명의 '붉은 악마'들 은한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거리로 질주했다. 너도 나도 선수 유니폼을 입은 채 중심가인 나단로(路)를 거닐며 '아-대한민국', '필승 코리아' 등을 외쳐대자 홍콩 주민들도 가까이 다가와 축하해줬다. 교민사회가 축구를 매개로 결속력이 더욱 강화된 느낌이다. == 16강 진출보다 우승 후보 꺾은 게 의미 커 == 0... 너무 기쁘다. 3가족이 모여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16강 진출' 쾌거에 감격스러웠고 워했다. 사실 일본이 앞서 벌어진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16강 진출이 확정된 뒤 "일본만 16강에 올라 가고 우리만 탈락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 무명 용사 발굴, 조련한 히딩크의 공적 == 0... 오늘 승리의 영광은 원칙과 비전을 제시하며 무명의 용사들을 발굴, 훌륭한 선수들로 키워 온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또 축구 엘리트출신이 아닌 '보잘것 없는 학벌'(고졸)에 웨이터 출신으로 승리의 주역 역할을 한 김남일, 박지성 같은 선수들의 이름이 더욱 값져 보인다. '16강 진출'의 쾌거를 감격으로만 끝내지 말고 승리의 의미를 재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국가대표 선발시에도 특정대학이나 지역 연고가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뽑아 왔다는 지적을 들어온 우리들로서는 히딩크 감독의 공평 무사한 정신과 주위의 평가에 아랑곳 없이 원리, 원칙에 입각해 '내 갈 길'을 걸어 온 히딩크 감독의 정신을 배워야한다고 본다. 축구 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히딩크를 부통령으로!"라고 외쳐댄 의미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