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 국민은 13일 성(聖) 안토니오 축일을 맞아 평온한 분위기속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월드컵 대표팀이 '인천대첩'에서 한국을 물리치고 16강전에 진출해주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수도 리스본에서 만난 호텔종업원과 택시 운전사 등 일부 축구팬들은 포르투갈이 최근 수년간 유럽의 신흥 축구강국으로 부상한 점을 들어 전력상 한국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승리를 낙관했다. 그러면서도 포르투갈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에 이어 낙마대열에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우려도 감추지는 못했다. 국영 RTP 방송은 연일 2-3시간을 할애해 포르투갈 대표팀의 훈련모습과 '붉은 악마' 등 한국 축구팬들의 반응을 생방송으로 중계하고 있으며 일간지와 스포츠지들도 월드컵 특집을 구성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리스본에서 발행되는 일간 '주르날 데 노티시아'는 13일자 월드컵 특집에서 대표팀이 빗속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우리는 반드시 한국을 이겨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이어 '낙관적인 한국인들 다소 침울한 분위기'라는 제목으로 한국민이 미국과 아쉬운 무승부로 열광적인 열기가 주춤해졌다는데 초점을 맞추면서도 분석했으나 부제에는 '거스 히딩크가 사나운 팀을 조련했다'는 내용을 삽입해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난전이 될 것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이같은 반응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는 한국팀의 전력이 빠른 스피드와 투지를 바탕으로 예상에 비해 강력하다는 객관적인 평가와 더불어 지난 66년 런던월드컵당시 북한에게 0대3으로 뒤지다 천신만고끝에 에우제비오의 대활약으로 역전승했던경험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월드컵의 예선 마지막 경기인 대(對)한국전은 포르투갈 현지시각으로 점심시간인 낮12시30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거의 모든 국민이 TV앞에 모여 운명의 일전을 시청할 것이라고 대사관측은 전망했다. 한국대사관은 최경보 대사의 관저로 포르투갈 외무부 관계자와 대사, 언론계 인사, 교민대표 등 80여명을 초청, 점심을 함께 한 뒤 대형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시청할 계획이다. RTP 방송은 한국대사 관저에 중계차를 보내 리스본에 거주하는 공관 직원과 한국 교민들의 응원 모습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리슨본=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