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한없이 키워오던 북중미 축구의 강호 코스타리카 국민은 다득점 순위에서 1점차로 터키에 C조 2위자리를 내주자 몹시 애통해 하는 표정이다. `삼바군단' 브라질 축구의 벽을 넘으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지만 1승1무의 전적을 갖고 있는 만큼 터키가 중국에 근소한 차로 이기거나 중국이 이겨주기만 하면 16강 진출을 무난히 이룰 수 있는 순간이었다. 90년 월드컵에서 유럽의 강호 스웨덴과 스코틀랜드를 연파하며 16강에 오른 경력을 지닌 코스타리카로서는 12년만에 재기의 순간을 맞았으나 터키의 대중국전 3-0완승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행운의 여신이 끝내 코스타리카를 외면하면서 16강의 문턱에서 좌절하자 일부 극성 축구팬들은 짙은 어둠이 깔린 거리로 뛰쳐나와 기물을 부수는 등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양국 경기가 현지시간으로 새벽녘에 생중계된데다 잔뜩 기대를 걸었던 16강 진출의 희망이 사라진 탓인지 수도 산호세의 출근길은 한산한 편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강적 브라질과 격돌해 비록 5골을 먹었지만 2골을 넣었다는 점에서 애써 자위하는 분위기도 있다. 현지언론들은 브라질 출신으로 코스타리카에 귀화한 알렉산드레 기마라에스 대표팀 감독의 말을 인용, "코스타리카 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 훌륭한 기량을 보여줬고 이전에 비해 훨씬 발전했음을 과시했다"며 "코스타리카 축구는 미래를 향해 꾸준히 진군해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또 "잘 싸우고도 골득실면에서 1점차로 터키에 진 것은 매우 아쉽다"면서 "이런 결과를 결코 예상하지 못했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코스타리카 축구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 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