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7시30분(현지시간)부터 런던 펍(영국식술집)에 모여 잉글랜드-나이지리아전을 보던 영국팬들은 잉글랜드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전날 아일랜드가 16강에 진출했을 때 축제를 벌였던 런던 축구팬들은 자국팀 역시 16강에 안착하자 "경사가 겹쳤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전국의 2만5천개 펍들은 새벽부터 문을 열어 몰려든 축구팬들에게 영국식 아침식사와 맥주를 제공했다. 외신들은 모두 6백만명이 펍에서 경기를 관람했다고 전했다. 한편 도로에서는 경기가 끝난 직후인 오전 9시30분께부터 10시까지 또 한차례의 러시아워 풍경이 연출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가뜩이나 경제난으로 고초가 심한데 '유일한'희망이었던 축구팀마저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시민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밤잠을 설치며 삼삼오오 음식점에 모여 응원하던 시민들은 "오늘은 현실생활과 축구에서 최악의 날"이라며 몸서리를 쳤다. 대학생인 마르케로 코도바씨(22)는 "축구팀과 월드컵은 시민들의 최대 위안거리였는데 이젠 그마저 없어졌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다"고 탄식했다. 이같은 국민적인 '충격'을 우려해서인지 아르헨티나 언론은 경기전부터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하더라도 아르헨티나팀은 여전히 남미축구의 자존심"이라고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탈락이 현실화되자 언론계 일각에서는 경제난에 이어 아르헨티나 팀의 패배가 현 정부의 퇴진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 데이비드 베컴의 실물크기 밀랍인형이 넬슨 제독의 동상이 서 있는 런던 도심 트라팔가 광장에 설치됐다. 나일강 전투와 트라팔가 해전의 영웅인 넬슨 제독과 같이 베컴도 영국 축구팬들로부터 영웅대접을 받게 된 것.런던의 유명한 밀랍인형 전시관인 마담 투소드 미술관이 관내에 전시중이던 베컴의 밀랍인형을 트라팔가 광장의 비어있는 좌대에 임시로 설치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은 다득점에서 1골이 뒤져 파라과이에 16강 티켓을 빼앗기자 모두 망연자실했다. 국민들은 수도 프레토리아와 요하네스버그 등 주요도시 카페와 헬스클럽 선술집의 TV 앞에 모여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하지만 파라과이에 막판 추월을 당하자 일부 열성팬들은 "스페인이 비겨도 될 것을 파라과이를 16강에 올려놓기 위해 엉뚱한 짓을 했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 ETV 등 현지 언론들도 98년 프랑스대회에서 개최국에 발목이 잡혀 16강 진출에 실패한 과거를 들며 "이미 탈락한 프랑스에 간접 설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튀니지 거주 일본인들이 14일 일본-튀니지전이 끝난 뒤 모스크바와 같은 소요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튀니지 일본대사관은 11일 1백50여 교민들에게 경기 당일 현지인들을 자극하지 말 것과 되도록 축구를 화제로 삼지 않을 것 등을 권고한 안내문을 배포하기로 했다. 김태철.권순철.조재길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