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전이 10일 무승부로 끝나자 주요 외신들은 "한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게임을 놓쳤다"고 촌평한 뒤 "그러나 멋진 승부였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또 동점골을 성공시킨 안정환(이탈리아 페루자)을 '골든보이'로 호칭하며 집중 부각시켰으며, '붉은 악마'들의 열광과 전국에서 울려 퍼지는 환호열기에도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 .미국 주요 신문과 방송은 미국과 한국의 무승부가 '천만다행'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한국의 공격에서 살아 남았으며 무승부 결과로 본선 D조의 16강행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이 다행히 '적대적 분위기'(일방적 응원)를 잘 모면해 16강 진출의 희망을 계속 갖게 됐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은 또 경기시작 전 반미감정 우려에도 불구하고 6만여명의 한국 관중들이 성조기가 올라가고 미 국가 연주가 끝난 뒤 애국가에 맞춰 한국팀에 성원을 보냈으며 반미시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폭스스포츠 해설가 닉 웹스터는 "양국 국가가 연주될 때 한국 관중은 완벽한 품위와 존경(total class and respect)을 보여줬다"며 "한국인들의 시민의식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민영TV인 TF1은 "무승부로 끝난 한국과 미국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멋진 경기였다"고 평했다. 이날 양국 경기를 생중계한 TF1은 "긴장감이 계속된 치열한 경기"라면서 "한-미전은 경기 자체뿐 아니라 열기 가득한 응원도 큰 구경거리였다"고 덧붙였다. 이 방송은 특히 안정환이 첫골을 기록하자 '믿기 어려운(fabuleux) 순간'이라며 "한국팀에 갈채를 보내야 한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영국 민영 ITV는 "이을용의 페널티킥 실축과 설기현의 잇따른 골실패 등으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게임을 놓쳤다"면서 "오늘은 한국의 날이 아닌 듯하다"고 아쉬움을 표명했다. 특히 후반 44분 최용수가 빈 골 네트(open net)를 향해 찬 골이 크로스바를 한참 벗어나면서 마지막 역전 찬스를 놓쳤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BBC방송도 "월드컵 공동개최국이 압도한 경기였다"고 요약한 뒤 한-미전의 무승부로 혼전양상이 된 D조 상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미국 AP, 프랑스 AFP통신, 독일 슈피겔지는 "안정환이 후반 33분 절묘한 헤딩골로 한국을 위기에서 구했다"며 그의 동점골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AFP통신은 안정환을 '슈퍼 교체선수(Super sub)' 또는 '골든보이'로 호칭하며 한껏 추켜세웠다. 특히 독일 슈피겔지는 안정환을 영국 축구 영웅인 데이비드 베컴에 비유, '아시아의 베컴'이라고 찬사했다. .한-미전이 열린 시간 전세계 교민들도 일제히 '붉은악마'가 돼 '코리아'를 외쳤다. 몸은 타국에 있었지만 마음은 대한민국 안으로 들어갔다. 결국 1-1 무승부로 끝나자 아쉬워하면서도 만족해 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울려퍼진 붉은 악마의 함성은 서울 하늘의 함성 못지 않았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상사원 및 유학생 1천여명은 베이징체육대학 강당에 모여 한-미전을 응원했다. 유학생들로 구성된 응원리더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일사불란하게 응원을 이끌어 갔다. 일본교민들의 응원열기도 열도를 뜨겁게 달궜다. 한국식당이 밀집한 신주쿠 쇼쿠안도리에서는 대형TV를 설치한 식당마다 한국 손님들이 대거 몰려 고국팀을 환호와 박수로 열렬히 응원했다. 도쿄=양승득.워싱턴=교광철.베이징=한우덕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