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는 앞으로 20년 동안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주로 인간의 활동에 의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도 교토기후협약 거부방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미국 환경청은 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인간 활동의 결과로 온실 가스가 지구표면에 누적되고 있어 지표면의 평균 기온과 대양 수면 밑의 수온이 상승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2000년에서 2020년 사이의 20년 동안 미국의 온실 가스 배출량이 43%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의 이러한 논지는 백악관의 기존 입장을 뒤엎고 정유와 발전소 및 자동차의 가스 배출을 비롯한 인간 활동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과학자와 기상전문가들의 오랜 주장을 수긍했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무부를 통해 유엔에 제출된 후 환경청 웹사이트에도 게재된 보고서는 온실 가스의 영향으로 미국 본토의 평균 기온이 금세기에 2.8-5℃ 오르고 대양의 수면이 약 48㎝나 상승해 일부 지역에서는 건물과 도로, 전력선 등의 기반시설이위험한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이어 로키산맥의 초원과 해안 지방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섬 등 매우민감한 생태계 지역이 사라질 수도 있으며, 동남부 삼림 지대는 생물의 종류나 이들의 성장 양식에 커다란 변화가 있으며,서부와 태평양 연안 서북부 및 알래스카는 가뭄 증가와 강설양태의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엄격한 국가별 온실 가스 규제는 경제 성장을 위협할 가능성이있다고 주장하고 자발적인 규제만으로도 교토협약에 규정한 온실 가스 감축 기준을달성할 수 있다며 교토협약 거부 방침을 확인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지만 그동안 산업활동에 의한 가스 배출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단정할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부시 행정부는 단지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만을되풀이해왔다. 미국내 자동차업체 등 온실가스 방출기업들도 지구 온난화 방지대책의 문제점을부각시키는 홍보전략과 로비에만 치중해왔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환경청의 보고서가 나오자 부시 행정부의 환경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라며 맹공을 가하고 나섰다. 미 전국야생생물연맹의 마크 밴 푸튼 회장은 부시 행정부가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시인하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