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파키스탄이 최악의 충돌위기를 넘겼다는 일부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3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는 아시아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등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에게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인도와 파키스탄 정상과의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직접 대화에 나서 군사적 충돌위험을 완화하도록 압력을 가할 예정이며 장 주석도 바지파이 총리,무샤라프 대통령과 각각 회담한다. 미국도 이번 주말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을 양국에 각각 차례로 파견, 긴장 완화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각국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1947년 이래 지금까지 세차례 전면전을 벌였던 두나라 간에 새로운 전쟁, 특히 핵 전쟁이 벌어지는 최악의 사태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앞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이날 바지파이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핵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고 긴장을 완화하면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랍연맹도 2일 양국에 분쟁의 정치적 해결 노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일 경유지인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인도를 설득해 대화에참여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이날 알마티로 가는 길에 기자들에게파키스탄이 국경을 넘어 인도령 카슈미르에 대한 테러 공격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파키스탄과 직접 회담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바지파이 총리는 "무샤라프 장군의 (테러종식) 발언이 결실을 보여준다면 (직접회담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국제문제 분석가들은 양국간 회담 가능성이 아직도 남아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인도가 파키스탄의 대화제의를 거듭 거부해온 점으로 미뤄 알마티 회담에서 극적인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바디야 사가르 베르마 알마티 주재 인도대사는 2일 "이번 정상회담에서 인도와파키스탄 사이에 어떤 수준에서도 대화나 비밀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2일 아시아 정상회담이 양국간 분쟁을 억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이 회담에 참석하는 푸틴 대통령과 장쩌민 주석이 양국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바지파이 총리와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얘기를 할 수 있을것으로 본다"면서 자신은 4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인도-파키스탄 문제를 논의하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조지 페르난데스 인도 국방장관은 이날 인도가 파키스탄과 핵전쟁을 벌일 만큼 `충동적'이지는 않을 것이지만 "세계무역센터와 미 국방부를 공격한것과 같은 테러와 전쟁"에서 나약함을 보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가 저지수단 이외의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핵에 관한 신조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무샤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평화적 수단을 통한 분쟁해결을 강조하고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분쟁이 핵전쟁으로 번지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인도보다 작은 군대가 있는 파키스탄은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모이누딘 하이더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1일 인도와 전쟁이 발발하면 파키스탄은 인도 내륙을 공격할 것이며 모든 탄두를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비역 중장인 하이더 장관은 이날 신드주 인도 접경지대 시찰에 나서 인도가만일 카슈미르에서 국지전을 벌이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우리는 인도 내부에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파키스탄 언론이 2일 보도했다. 압둘 아지즈 미즈라 파키스탄 해군 참모총장도 전쟁이 일어나면 자국 해역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다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스리나가르 남서쪽 28㎞의 나우감에서는 이슬람 민병대원 한 명이 인도군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살됐으며 이보다 하루 전에는 스리나가르 북부 나우샤흐라와 순데르바니 지역에서 인도군이 파키스탄 쪽으로 박격포를 쏘아 5명의 파키스탄병사가 숨졌다고 인도 군이 발표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군 대변인은 인도측의 발표를 부인하고 인도로부터 일방적으로날아온 박격포와 총격으로 민간인 3명이 숨지고 어린이 3명을 포함한 9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뉴델리.이슬라마바드.알마티 AP.AF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