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세계최대 스포츠이벤트 주관단체인 국제축구연맹(FIFA)의 속사정은 매우 복잡하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일자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무엇보다 FIFA의 재정상태가 불안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월드컵 열기를 뜨겁게 만들려면 주관단체인 FIFA의 주머니가 두둑해야 하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FIFA측이 공개를 기피,구체적인 자금상태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지난해 채권발행을 통해 4억2천만달러를 조달한 사실은 FIFA의 자금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다수 수입을 월드컵에 의존하는 FIFA가 이번 한·일 월드컵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동아시아와 유럽과의 시차 등을 감안할 때 기대치를 충족시킬지는 아직 미지수다. 축구선호국과 비선호국간 '정서괴리'도 FIFA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비판론자들은 월드컵 과잉열기가 오히려 지역간 감정의 골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이들은 아시아지역 월드컵 티켓을 더 늘리는 것도 이같은 '정서갈등'을 해소시키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부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무엇보다 지난 98년 회장에 취임한 제프 블래터에 대한 '금품당선' 의혹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블래터가 며칠전 임기 4년의 FIFA 회장에 재선된 이후 상당수 집행위원을 물갈이,통치기반을 공고히 했지만 근본적인 내부갈등은 여전하다. '반(反)블래터'진영의 선두는 젠 루피넨 사무총장과 레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이들은 한·일 월드컵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내부비판을 수용,개막 직전 블래터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지만 선거에서 불법적으로 금품을 살포했다는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이들은 또 블래터 회장취임 후 4년동안 FIFA가 5억달러를 유용했다며 "컨설팅회사인 KPMG도 수차례 FIFA의 수입내용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고 비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FIFA가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조직 정통성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내부갈등이 더 심화될 경우 '반 블래터'진영의 국가들은 아예 월드컵을 주최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란 얘기까지 나도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