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는 위아래로 뻗은 맨해튼섬의 가장 남단에 있다.


여기서 9·11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WTC) 자리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소호(SOHO)가 나온다.


인근에 흩어져 있는 뉴욕대와 함께 젊음과 예술의 거리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 소호의 웨스트브로드웨이 거리에 있는 노베센토라는 식당 밖에는 요즘 2층 건물을 거의 가릴 정도로 큰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의 대형 국기가 걸려 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아르헨티나 음식을 파는 축구광 주인 스테파노 빌라의 작품이다.


두 나라가 결승에 오르기를 기원하는 그는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두 나라 경기가 있는 날엔 밤샘영업을 할 생각이다.


소호에서 멀지 않은 '리틀이탈리아'나 '차이나타운'은 물론 32가에 있는 코리아타운에서도 월드컵은 단연 최고의 화제다.


13시간의 시차로 경기가 대부분 새벽에 중계되는 탓에 많은 한국식당들이 밤샘영업을 선언해 놓고 있다.


축구에 열광하는 남미계 종업원이 많은 회사들은 아예 출근시간을 늦추며 탄력근무제를 실시할 정도다.


하지만 맨해튼의 월드컵 열풍은 월가 주변에 국한된다.


정작 월가안에선 관심 밖이다.


월가의 주인격인 미국인들 사이에 축구가 비인기종목이라는 이유도 있지만,정작 이들에겐 지금 축구보다 중요한 게 한두가지가 아닌 탓이다.


핵보유국인 파키스탄과 인도가 전쟁직전 상황이고,증시는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달러 약세도 점점 이슈화되고 있다.


'미국내 테러재발을 우려하는 중동부호들이 달러자산을 팔고 유로화나 금을 매입하기 때문'이란 루머 따라잡기에서부터 '달러강세를 주장하는 오닐 재무장관이 정부개입은 옳지 않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약세를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촌각이 바쁘게 돌아간다.


세계경제소식을 전하는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월드컵 관련 기사를 찾으려면 한참을 뒤적여야 할 정도다.


세상이 월드컵에 빠져들고 있지만 월가는 지금도 째각째각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다.


축구는 축구고,경제는 경제인 셈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